'강성 매파' 고승범 새 금융위원장…부동산 수습 구원 등판 [김익환의 BOK워치]

입력 2021-08-05 10:32   수정 2021-08-05 11:39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금융위원회 위원장에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5일 내정했다. 고 후보자는 행시 28회로 1986년 재무부 국제금융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금융위에서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을 역임하며 가계부채와 자본시장, 기업구조조정 관련 정책을 총괄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2년 4월~2003년 7월에 청와대 경제복지노동특보실로 파견을 가기도 했다. 2003년 7월 청와대에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비은행감독과장으로 복귀한 뒤 카드 사태를 담당했다. 2010년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으로 재직할 때는 저축은행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사태 처리를 주도했다.

고 후보자는 2016년 4월 금융위원장 추천으로 금통위원으로 선임됐다. 처음 금통위에 합류할 당시만 해도 성장에 무게를 두는 관료 출신인 만큼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됐다. 하지만 2018년 10월에 당시 이일형 위원과 함께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처음 제시하며 매파 입지를 굳혔다. 2020년 4월에는 한은 총재 추천으로 금통위원 가운데 사상 처음 연임했다. 한은 금통위원들 가운데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됐다. 가계부채가 금융리스크로 번지는 위기를 관리하던 관료 경험이 매파 시각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달 15일 열린 금통위에서 위원 7명 가운데 홀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하는 등 매파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고승범 후보자는 사석에서 재무관료 시절 이야기를 종종 꺼낸다. 최근 가계부채가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것에 대해 언급하는 와중에도 2003~2004년 카드 사태 이야기를 풀어냈다. 연 0.5%로 사상 최저인 기준금리가 빚어낼 '부채 위기'를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 바 있다.

고 후보자는 불어난 가계부채와 치솟는 집값을 안정화하기 위한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다. 금융위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거시건전성 정책을 효율적으로 풀어가는 한편 금통위원으로서 근무한 만큼 한은 통화정책의 협조도 이끌어낼 수완도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과의 조합을 바탕으로 부동산 문제와 가계부채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고 후보자는 부임 후 거시건전성 정책을 보다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달 15일 열린 금통위에서 "최근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흐름이 지속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산 시장의 과도한 가격 상승 기대를 소폭의 금리 인상으로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통화정책의 시그널링 효과 정도는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 후보자 부친은 재무부 재정차관보 등을 거친 고병우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다. 그의 여동생의 남편은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 김남구 회장이다. 그는 이주열 한은 총재를 이을 차기 한은 총재 자리에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원장 내정으로 후보군에서 빠지게 됐다.

지난 3월 공개된 관보에 따르면 고 후보자는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182.95㎡·28억9500만원)를 배우자와 함께 소유했다. 전북 군산시 옥구읍·서수면, 충남 홍성군 홍북면 등에 1억7454만5000원어치 토지도보유 중이다. 여기에 18억6705만6000원의 예금 등을 더한 고 후보자의 신고 재산 총액은 50억2536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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