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서초동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폐쇄된 것처럼 보이는 역사 내 지하 통로 아래로 문을 열고 지하 2층까지 내려가자 보랏빛 조명을 받고 있는 식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 3층에는 스마트팜기업 넥스트온의 사무실이 있다. 넥스트온이 이 역사에서 이용하는 농장 면적은 1600㎡에 이른다. 최재빈 넥스트온 대표는 “방치됐던 지하상가 공간을 활용한 국내 최대 도심 실내 농장”이라며 “충북 옥천의 폐터널에 운영 중인 스마트팜까지 합하면 연간 1100t의 채소류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넥스트온이 자체 개발한 LED 조명도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다. LED 원가가 일반 제품보다 낮아진 데다 조명에서 나오는 발열도 20~30도 이상 줄어 온도를 낮추는 데 들어가는 전력 비용을 크게 줄였다. 이 LED는 식물 종류에 따라 광합성을 활발하게 일으키는 빛 파장만 골라 사용한다. LED 조명이 보랏빛을 띠는 이유다. 이런 조명을 받은 식물들은 노지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일반 비닐하우스에서 120일 정도 걸리는 잎채소가 이곳에선 20일 만에 다 자란다”고 했다.
이렇게 키운 채소들은 무농약 무제초제 무중금속 등 품질을 인정받아 새벽 배송을 하는 e커머스업체와 샐러드 매장, 친환경 농산물 매장 등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겨울딸기의 연중 생산에도 성공했다. 저온성 작물인 딸기는 일반 농가에서 여름에 생산하기 어렵다. 넥스트온이 생산하는 겨울딸기는 일반 딸기보다 당도가 두 배 이상 높고, 생산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최대 75일 짧다.
최 대표는 서울반도체에서 LED사업부 사장까지 지낸 광반도체 전문가다. 포스코LED(현 글로우원) 대표를 거쳐 2017년 넥스트온을 창업했다. 그를 포함, 임직원 상당수가 LED 기술 전문가이기에 자연스레 LED 조명을 활용한 인도어팜 사업에 나설 수 있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남부터미널역 남은 공간에 레스토랑 카페 등을 들여와 복합 체험 공간으로 꾸미겠다”며 “회사에서 재배한 채소를 식당에서 바로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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