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총 15곳이 금융감독원에 설립 등록을 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사모업계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쳤지만 신규 사모펀드 운용사 증가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 요건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꾼 뒤 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사모업계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봤다.
실제로 실적난에 허덕이는 곳이 상당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기대하지 않은 기회를 줬다. 주식 시장에 뭉칫돈이 몰려들면서 공모주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덕이다. ‘공모주만으로 충분히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소식이 퍼지자 너도나도 사모펀드 운용사를 차리기 시작했다. 공모주는 개인으로 청약하기보다 기관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면 물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데다 사모펀드는 시장의 감시를 피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는 이런 제도적 허점을 활용, 사모펀드를 통해 공모주 물량을 가져간 뒤 고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 전문 컨설팅 업체인 지제이텍의 최재원 대표는 “우리 회사를 통해 금감원 등록을 대기 중인 곳만 24개나 된다”고 밝혔다. 설립 컨설팅, 전산 시스템 설치, 인력 지원 등을 해주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가고 있는 셈이다. 자산평가사, 대형 로펌까지 사모펀드 컨설팅 시장에 뛰어들었다. 너도나도 “최소 요건만 갖춰 찾아오면 3~4개월 내 등록할 수 있다”고 공언하며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공유오피스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특정 건물에 입주시켜 등록 완료 때까지 임대료 명목으로 비용을 받는 컨설팅 업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모펀드 사태로 심사가 깐깐해진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사 등 등록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자 M&A 시장까지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1년 새 총 9건의 사모펀드 운용사가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2억원이면 인수할 수 있던 사모펀드 운용사가 프리미엄이 붙어 10억원까지 오른 몸값에 거래되고 있다”며 “특별한 이유가 있는 중소·중견기업 오너 소유의 운용사가 아닌 이상 매물조차 나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 역시 “수십 명의 대기자가 매물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사모펀드가 증여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사모펀드 대표는 “수천억원대 자산가들이 수십억원을 들여 아들에게 운용사를 세워준 뒤 새로 조성한 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맡겨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게 하거나 수익자 배분을 아들에게 유리하게 해 상속세를 내지 않고 자산의 일부를 증여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원/서형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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