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1년새 7개에서 5개로 줄었다. 일본이 7개를 유지하면서 세계 1위 품목 보유국 순위에서도 4위로 밀려났다. 1위를 유지한 5개 품목의 점유율도 모두 1년 전보다 하락해 세계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성장정체가 두드러졌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0여개 품목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조사해 매년 발표하는 '2020년 주요상품·서비스점유율 조사'에서 한국은 스마트폰과 D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낸드플래시 반도체, 초박형TV 등 5개 품목에서 1위에 올랐다. 5개 품목 모두 삼성전자 제품이다.
반면 LG디스플레이와 현대중공업은 대형 액정패널과 조선 부문에서 중국 BOE와 CSSC에 1위를 내줬다. BOE의 점유율이 22.9%로 1년새 2.2%포인트 오르는 동안 LG디스플레이는 17.2%로 6.7%포인트 내려앉았다. 현대중공업도 점유율이 15.3%로 1.4%포인트 하락한 반면 CSSC는 17.2%로 8.5%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4위였던 삼성중공업(7.6%)이 3위, 3위였던 대우조선해양(7.3%)이 4위로 떨어지는 등 한국 조선회사간 순위바꿈도 있었다.
한국이 1위인 5개 품목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5개 품목 가운데 점유율이 오른 품목은 1개도 없었다. 다만 D램은 삼성전자(41.7%)와 SK하이닉스(29.4%)의 점유율 합계가 71.1%, OLED는 삼성전자(64.3%)와 LG디스플레이(22.4%)의 점유율이 86.7%에 달해 한국 기업의 초강세가 유지됐다.
지난해 한국에 처음 공동 3위 자리를 허용했던 일본은 7개를 유지하며 단독 3위가 됐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17.0%)가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네덜란드 NXP(17.1%)에 1위를 뺏겼지만 도요타(12.9%)가 자동차 시장에서 폭스바겐(11.4%)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74개 품목 가운데 12개에서 1위를 차지해 처음 일본을 제쳤던 중국은 올해도 무섭게 성장했다. 휴대전화 통신기지국(화웨이), 전기자동차 배터리(CATL), 리튬이온배터리용 절연체(상하이에너지), 태양광패널(론지솔라) 등 17개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세계 1위 품목이 25개에서 24개로 줄어든 미국과 격차가 크게 줄었다.
중국 기업이 세계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한 시장이 액정패널, 전기차 배터리, 배터리 소재, 태양광패널 등 15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중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공급망 재편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첨단제품의 자국 생산을 지원하고 나섰지만 소재와 부품 시장에서 중국 의존도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시장 5위 이내에 든 한국 제품도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태블릿PC(17.9%)와 CMOS센서(20.1%) 시장 2위였다. 스마트워치(8.0%)와 냉장고(6.1%)는 3위, 세탁기(6.1%)와 휴대전화 통신기지국(5.7%)은 5위였다. 세계 1위를 차지한 5개 제품을 포함해 조사대상 70개 품목 가운데 11개 부문에서 자사 제품을 5위권에 올렸다.
LG전자는 초박형TV(14.9%) 2위, 세탁기(6.7%)와 가정용에어콘(4.1%) 4위, 냉장고(6.0%) 5위였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22.6%)와 편광판(20.6%) 시장에서 2위에 올랐다. 삼성SDI는 핸드폰용 리튬이온전지(11.1%)에서 2위, 편광판(15.8%)에서 3위였다.
SKIE테크놀로지는 리튬이온배터리용 절연체(10.4%)에서, 농심은 즉석면(5.7%)에서 각각 세계 4위와 5위였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시장에서 8.0%의 점유율로 5위를 유지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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