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요 확대 흐름에 발맞퉈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점이 투자자들 관심을 모으는 요소다.
다만 섹터 안에서 가장 전방인 배터리 완제품을 만들면서 대규모 투자를 주도해온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이차전지 제조 부문을 물적분할하고 상장할 예정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 가치를 보고 투자한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 문제가 불거진 탓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엘앤에프는 직전 거래일 대비 9300원(8.31%) 오른 11만4700원에 마감됐다. 일진머티리얼즈(3.69%) 에코프로비엠(2.83%) 천보(2.06%) 포스코케미칼(1.94%) 등 주요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도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이들 기업은 지난달 중순 공격적 증설 계획이 주목받아 랠리를 보인 뒤 같은달 하순 급등 피로감에 조정을 받았지만, 이달 들어 다시 힘을 내는 모양새다.
배터리 완제품을 만드는 삼성SDI도 전일 3.49% 상승하며 이차전지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된 수혜를 누렸다. 지난달 1일 종가(72만4000원) 대비로는 6.49% 올랐다. 해외 공장 증설에 보수적 태도를 보이다가 최근 적극 투자에 나서면서 투자자들 관심을 끌었다.
실적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삼성SDI는 2분기 매출 3조3343억원, 영업이익 2952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분기 실적 기준으로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다시 썼다. 특히 자동차 전지 부문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호실적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도 마찬가지였다. LG화학은 2분기 매출 11조4561억원, 영업익 2조2308억원으로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석유화학 부문이 실적을 주도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도 8152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받은 소송 합의금의 영향이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배터리 부문 매출은 6302억원으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사상 최대 기록이었다. 신규 판매 물량이 확대된 덕이다.
하지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배터리 사업 가치에 대한 지분 희석 우려 때문이다.
LG화학의 전일 종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0.12%, 지난달 1일 종가 대비 1.42%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반기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시킬 예정이기에 투자자들이 호재에도 큰 반응을 나타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5일 이틀간 주가가 5.73% 하락했다. 앞선 3일 열린 이사회에서 오는 10월1일 배터리와 석유개발 사업을 각각 독립회사로 물적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힌 영향이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달 1일 개최한 '스토리데이' 행사에서도 김준 총괄사장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영향으로 당일에만 주가가 8.80% 빠진 적 있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의 배터리 사업 분할 안건 의결 소식에 증권가에선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배터리 사업 분할로 향후 기업공개(IPO)에 따른 배터리 사업 지분가치 희석 및 지주사 할인 반영 등은 피할 수 없게 됐다"며 "SK이노베이션에 투자해야 할 포인트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를 기존 31만원에서 27만원으로 각각 내렸다.
반면 박일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지주사로서의 할인은 불가피하나 (분할회사의) IPO 시점 전까지 적극적 증설 투자를 바탕으로 배터리 가치 상승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주가 하락은 오히려 신규 매수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분할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는 분할 방식이 물적분할이기 때문. 물적분할은 신생회사의 지분 전부를 존속회사가 갖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현재 상장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배터리 회사 지분을 모회사가 가진 지분가치에 의해 간접적으로만 보유하게 된다.
반면 인적분할은 신설회사 주식도 존속회사 주주들에게 지분 비율대로 나눠준다. 금융투자업계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인적분할 방식을 택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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