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증시에 데뷔하자마자 ‘금융 대장주’에 등극한 카카오뱅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A은행장은 이렇게 답했다. 카뱅의 돌풍을 ‘모바일 금융 플랫폼’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다시금 입증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너무 섣부르다” “억울하다”는 솔직한 반응도 있었다. B은행 부행장은 “전망을 감안해도 자산 규모와 수익성을 보면 리딩뱅크라는 수식어는 과하다”며 “제대로 된 평가는 이제부터”라고 했다.
금융주 시총 1위는 지난 10년 동안 KB와 신한이 엎치락뒤치락하며 경쟁해온 자리다. 출범 5년차 ‘메기’가 두 공룡을 압도한 것이다. 상장 전 ‘거품 논란’도 일단 숫자로 불식시킨 모습이다.
고평가 논쟁의 원인은 카뱅을 어떤 종목으로 볼 것인지 관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카뱅은 자신을 전통 은행과 다른 정보기술(IT) 기반의 ‘플랫폼’으로 규정했고, 일각에선 금융이 규제산업이란 점에서 “그래봤자 결국 은행”이라고 주장했다.
카뱅의 사업부문은 크게 ‘뱅킹’과 ‘플랫폼’ 둘로 나뉜다. 자사 금융상품 외에 다른 회사 상품도 소개하며 수수료를 벌어들인다. 이미 증권사 4곳, 2금융권 14곳, 카드사 5곳이 카뱅에 입점했고 이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30대가 주류였던 이용자층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10대 전용 상품을 출시해 85만 명을 모았고, 50대 이상 가입자 비중은 2017년 9%에서 15%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상장하자마자 금융주 1위에 오르면서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외국인들의 기계적인 매수세가 유입된 것도 주가 급등을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카뱅은 ‘은행 상품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대출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고신용자 신용대출에 집중했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주택담보대출, 자영업자 대출 등으로 구색을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C은행장은 “카뱅이 시중은행 가계여신의 10~20% 정도를 뺏어갈 수 있겠지만 그다음부터는 한계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뱅이 수신에는 상당한 강점이 있지만 자금 운용과 여신에는 약점이 많다”며 “특히 위험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3일 보고서에서 “한국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으로 신용등급이 장기적으로 하향될 수 있지만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고 했다. 기존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과 IT 인재 확보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어 경쟁력 확보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현우/박진우/빈난새 기자 tardi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