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1시 개인 간 거래(P2P)금융사인 렌딧에 ‘결혼비용’이란 이름으로 수익률 연 7%짜리 투자 상품이 등장했다. 이미 은행권 대출을 갖고 있던 A씨가 결혼을 앞두고 예식장 등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렌딧에 자금을 요청한 것. 렌딧은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에 따라 A씨에 대한 대출 조건을 3년 만기, 연 11.64%, 한도 850만원으로 산정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소득·직업은 물론 나이스평가정보 신용점수(836점), 연간 금융권 연체 건수(0건), 채무불이행 기록(0건) 등도 낱낱이 공개됐다. A씨는 사무직으로 연 소득 3805만원인 직장에 4년7개월 근무했다. 은행 대출금 1183만원이 아직 남아 있고 렌딧에서는 그동안 4900만원을 빌려 3700만원을 상환했다. A씨는 월평균 168만원을 신용카드로 쓴다. 렌딧이 이 상품을 올린 지 단 3시간 만에 판매가 마감됐다.
수도권 아파트 담보대출채권 투자 ‘인기’
개인 신용대출채권이나 아파트 담보대출채권에 투자하는 P2P금융상품이 금융권에 점차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연계투자금융업(온투업)으로 금융당국에서 허가받은 P2P금융사들이 새롭게 영업에 물꼬를 트면서다. 1인당 투자는 3000만원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소액을 단기로 굴리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다.
P2P금융상품은 카카오톡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카오톡의 ‘더보기’에서 ‘카카오페이’ 로고를 누른 후 ‘투자’ 버튼을 찍으면 ‘온라인 연계투자’ 리스트가 나온다. 지난 5일 기준으로 이미 온투업 등록을 마친 피플펀드의 아파트담보대출 투자상품 5건과 등록심사를 진행 중인 투게더펀딩의 투자상품 8건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 서울 또는 수도권 아파트를 담보로 잡은 투자상품이다. 원하는 광고 투자상품을 고르고 나면 해당 P2P금융사의 상품 설명 페이지로 넘어간다. 상품 설명과 유의 사항 확인 후 동의 절차를 거치면 투자가 완료된다.
경기 안양시 호계동의 한 아파트 담보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을 고르자 담보로 잡힌 집 주소와 함께 전용면적(85㎡), 선순위 대출금(3억3595만원) 등 정보가 나타난다. 담보감정가가 4억5000만원으로, 총 담보인정비율(LTV)은 약 80%다. 12개월간 연 9.3%의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차주 신용정보 보고 대출채권에도 투자
개인 신용대출채권 상품은 은행과 2금융권에 이미 대출이 있는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의 채무가 기초자산인 경우가 많다. 평균적으로 연 10% 초반대 신용대출 채권이 대부분이다. 투자 수익률은 연 5~8%(세전 기준·부실률 적용 후) 수준으로 2금융권 예·적금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드물게 은행에만 대출이 있는 1~3등급 개인 차주가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신용대출보다 대출금리가 낮아 P2P금융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경우 수익률은 연 4~6%로, 다른 상품에 비해 낮지만 돈을 떼일 리스크가 낮아진다. 상환 기간이 1~2개월 수준으로 짧은 상품도 있어 재투자를 통해 복리 효과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 렌딧이나 피플펀드 등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갖추고 대출 한도와 금리를 산정할 수 있는 P2P금융사들이 이 같은 상품을 판매 중이다.
기업 및 소상공인 매출채권 상품도 ‘속속’
기업이나 개인 사업자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해 주고 그 이자를 수익으로 받는 상품도 있다. 나이스그룹의 관계사인 나이스abc의 매출채권담보대출 투자상품이 대표적이다. 나이스신용평가의 기업평가를 근거로 대출을 내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다. 수익률은 연 5~7%로,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권의 적금 상품보다 높다. 개인 사업자의 신용카드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도 있다. 투자 기간이 1~2주 단위로 짧아 회수가 빠르고 재투자를 통해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네이버나 쿠팡 등 온라인에서만 영업하는 ‘온라인 셀러’ 대상 투자상품도 잇따르고 있다. 윙크스톤파트너스는 광고나 재고 확대 등 투자로 더 많은 매출을 낼 만한 온라인 셀러를 선별해 대출을 내주고 있다. 권오형 윙크스톤파트너스 대표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협업하는 사례도 있다”며 “신용이 좋은 회사는 1년 내 가맹점이 폐업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유망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투자상품도 적지 않다.
P2P금융 상품의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온투업법에 따르면 P2P금융사가 파산해도 투자금으로 채무를 갚거나 횡령할 수 없도록 은행 계좌에 별도 예치하도록 의무화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