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스탠퍼드대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지난해 학술지의 AI 논문 인용 실적에서 미국을 처음 제쳤다고 8일 보도했다. 중국의 AI 논문 인용 실적은 전체의 20.7%에 달해 19.8%에 그친 미국을 웃돌았다.
중국이 AI 연구를 막 시작했던 2000년 미국은 세계 AI 논문 인용의 40%를 차지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논문 인용 점유율(30%)은 중국(15%)의 두 배였지만 불과 3년 만에 판세가 뒤집어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따르면 2012년 이후 발표된 AI 관련 논문 수도 중국은 24만 건으로, 15만 건에 그친 미국을 압도했다.
연구 인력도 중국이 앞서고 있다. AI 관련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회인 뉴립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 AI 연구 인력 가운데 중국 출신 비율은 29%로, 미국(20%)을 크게 웃돌았다. 유럽(18%), 인도(8%), 캐나다(5%), 영국(4%), 이란, 이스라엘(각각 3%)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논문 수와 연구 인력 모두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본도 논문 수만 6위였을 뿐 연구 인력에서는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
AI 개발에 필수적인 데이터 확보 면에서도 중국의 우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2030년 중국이 보유한 사물인터넷(IoT) 기기는 80억 대로, 전체 IoT 시장(250억 대)의 3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와 인프라 설비, 로봇 등에 장착된 IoT 기기가 산업활동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수집해 빅데이터를 구축하면 중국은 이 분야에서도 경쟁국을 압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2017년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세워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AI 전문 스타트업인 아이플라이텍이 국제경기대회에서 1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AI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미국도 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미국 AI국가안전보장위원회는 지난 3월 “현 상태로는 중국에 AI 주도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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