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에 쏟아진 투자자의 환호와 스포트라이트는 한국 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뚜렷이 제시하고 있다. 출범 4년밖에 안 된 신생 인터넷은행의 질주가 시중은행의 자존심을 건 ‘리딩뱅크 경쟁’을 한 방에 머쓱하게 만든 것이다. 공모가 산정 때부터 거품 논란이 불거졌지만 눈 밝은 투자자는 ‘뱅킹과 플랫폼의 결합’이라는 카뱅의 새로운 시도에 높은 점수를 줬다. 전 세계에서 모바일 여·수신으로 성공한 유일한 인터넷뱅크로 평가하며 대량 매수에 나선 외국인의 반응이 시사하는 바가 특히 크다.
금융권은 이른바 ‘카뱅 쇼크’에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요한 건 오늘 우리가 받은 충격만큼 변화하는 것”이라는 한 시중은행장의 관전평에선 위기감마저 감지된다. 금융계만의 일도 아닐 것이다. 신생 인터넷은행의 기업가치가 한국 간판기업 포스코, LG전자, SK텔레콤마저 넘어서는 파란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상장 첫날 거래량도 유가증권시장 거래량의 25%로 삼성전자의 세 배를 웃도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났다.
물론 카뱅이 앞으로 시장에 증명해야 할 것도 많다. 예·적금, 신용대출, 전세대출 등 ‘단순 업무’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기업금융(IB), 자산관리(WM)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의 경쟁력은 미지수다. 그런 점에서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금융관(觀)에도 선제적 변화가 시급하다. 시장은 변화를 갈구하는데 정부가 여전히 익숙한 규제와 감독을 고집하며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글로벌화·플랫폼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을 외면한 채 경직된 은산분리를 고집하는 탓에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고전 중이다. 카뱅 역시 사업 초기에 증자와 자본 확충에 상당한 애로를 겪었다.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아 3호 인터넷은행 토스뱅크는 출범이 한참 늦춰졌다.
‘정치 금융’이란 비판이 나올 만큼 금융에 시시콜콜 발목 잡는 정치권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미래 준비보다 정치권 로비와 금융당국 눈치 보기에 급급한 나라에서 혁신금융이 만개할 리 만무하다. 카뱅에 대한 투자자의 환호는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시장의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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