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 5~6명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낮은 한 지역 식당에 모여 대선 예비 후보 캠프들의 후원 요청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여러 대선 예비 후보 캠프 측에서 친인척 지인 등을 통해 접근해 ‘힘을 보태달라’며 후원금 및 지원을 읍소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후보는 모 중소기업 단체장과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에게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큰 자리를 줄 테니 중소기업계 세 규합을 도와달라”는 제안도 직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계는 경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관련 단체가 많고 조직력도 탄탄해 대선 예비 후보자들에게는 인기 포섭 대상이다. 중소기업 수는 664만 개로 종사자 수만 국내 전체 근로자의 83.1%인 1710만 명에 달해 영향력도 상당하다. 중소기업 관련 단체는 중소기업중앙회 등 50여 개로 업종별로 975개의 조합이 형성돼 있다.
중소기업 사장과 단체장, 협동조합 이사장은 개인 자격으로 후보당 1000만원까지 후원할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기업 오너로 직원 및 친인척을 동원할 경우 더 큰 금액의 후원도 가능하다. 불법이긴 하지만 내부 고발자가 나오지 않는 한 밝히기 어렵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제3자를 통해 지원하는 ‘스리 쿠션’ 후원으로 수억원 후원도 가능하다”며 “각 후보 캠프 측도 이런 방식을 알기 때문에 대놓고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보통 특정 후보만 후원할 경우 정치적 보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 성격으로 여러 후보에게 골고루 후원하곤 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지난 19대 대선은 갑자기 치러졌고 유력 후보도 정해졌기 때문에 후원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다르다”며 “중소기업 경기가 그닥 좋지 않은데 앞으로 후원 요청이 더 들어올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단체 임원은 “주 52시간 근로제 확대 시행,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중소기업계를 위기로 내몬 정책이 쏟아질 때 어떤 후보도 적극 반대하지 않았다”며 “이런 규제를 확실하게 풀겠다는 후보에게 후원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법 전문가인 이상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나중에 기업에 대한 규제와 행정 편의를 봐주겠다며 거액의 후원금을 요구하는 선거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후원금 모집 행위는 횡령 내지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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