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명품 앞세워 대전 입성…갤러리아, 매장 리뉴얼로 '반격'

입력 2021-08-09 17:27   수정 2021-08-10 08:42


대전에서 백화점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한화그룹 계열 백화점인 갤러리아는 23년 만에 대전 타임월드점을 새롭게 단장 중이다. 오는 27일 신세계가 유성구에 개장하는 예술과 과학을 결합한 신개념 백화점의 공세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대전은 세종시를 비롯해 전라도 권역으로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중부 지역 거점이어서 롯데백화점 대전점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존재감 줄어드는 갤러리아

갤러리아가 대전에 백화점을 연 건 1997년이다. 롯데백화점이 2000년 들어오면서 시장을 양분해왔다. 그러다 작년부터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대전프리미엄아울렛을 연 데 이어 이달엔 신세계가 ‘아트 앤 사이언스’라는 이름으로 백화점을 개장한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5년 만에 내놓는 야심작이다.

신세계는 신설 백화점의 영향권을 세종, 대전을 포함한 충청권뿐만 아니라 전북 전주로도 넓히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전북에 대형 백화점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영업면적만 놓고봐도 9만23㎡로 갤러리아 타임월드점(6만8380㎡)을 압도한다. 전국 백화점 중 6위 규모다. 지하 5층~지상 43층(건물 면적 약 28만㎡)에 엑스포를 개최한 랜드마크 건물에 들어서는 점도 볼거리다.

백화점 ‘빅3’가 각 사마다 1조원 규모로 신규 점포를 잇따라 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갤러리아로선 위기의 상황이다. 타임월드점을 비롯해 전국에 5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갤러리아의 연 매출은 2018년 4745억원에서 지난해 455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갤러리아가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매출이 소폭 줄어들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타임월드점은 갤러리아백화점 중 핵심 매장”이라며 “갤러리아로서는 대전에서도 밀리면 끝장이라는 인식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건설이 주도하는 수서 민자역사에 신세계가 백화점 입점사로 선정된 건 갤러리아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백화점 혈투에 콧대 높아진 ‘에루샤’
대전을 잡기 위한 백화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각에선 해외 브랜드들만 수지맞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갤러리아만 해도 ‘지역 내 최고 명품 백화점’이라는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명품 브랜드를 추가로 들여오는 데 혈안이다. 1층 명품관을 대폭 키우고, 프라다와 버버리 등 주력 매장은 리뉴얼을 준비 중이다. 새로 들어서는 신세계백화점에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자 명품관을 강화하는 고급화 전략 카드를 빼든 것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올초부터 해외 명품 의류 브랜드를 대거 들여오기 시작했다. 타임월드 센터 동 2층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발렌티노와 영국 명품 브랜드 알렉산더 맥퀸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이탈리아 명품 잡화 브랜드 토즈가 2층에 들어섰고,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가 백화점 1층에 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은 의류 브랜드인 코스와 아페쎄 등도 들여와 패션 부문 상품 구색을 강화하는 추세다. 갤러리아는 VIP를 잡기 위해 420㎡ 규모의 라운지를 새로 열기도 했다. 인근 롯데백화점 대전점마저 이런 추세에 따라 ‘해외 컨템포러리 전문관’을 신설하는 등 명품에 목을 매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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