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3년 도입된 이후 유명무실했던 역RP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예상치 못한 시장 변동성을 불러오는 ‘뇌관’이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면 미 중앙은행(Fed)이 시중 유동성 및 금리를 관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역RP를 이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역RP는 Fed가 일시적으로 보유 채권을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역RP 시장에서 Fed는 채권을 은행 등에 팔아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한다. 은행 등은 역RP 계약 만기일에 해당 채권을 되팔면서 Fed로부터 연 0.05%의 수익을 받는다.
월가에선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역RP로 몰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Fed가 거래 상대여서 안전하면서도 연 0.05%의 수익률이라도 챙길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RP 시장의 팽창 속도를 홍수에 비유하며 “시중에 과도하게 자금이 풀려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보도했다. WSJ는 “국채나 기업 채권 대신 역RP로 단기 투자처를 전환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역RP 팽창이 Fed의 의도대로만 흘러갈지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WSJ는 “시장 일각에선 역RP 등 단기 금융시장이 취약하고 붕괴 위험성도 높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며 “RP와 역RP 시장이 규모에 비해 거래자 등에 대한 정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역RP의 영향력에 대한 분석이 시장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은 점도 우려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단기 자금시장의 급격한 팽창이 미 국채시장과 증시 등 자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이클 디패스 시타델증권 국채시장 전문가는 “RP 시장은 단기 채권시장을 가늠하는 지표”라며 “단기 자금시장 움직임이 향후 전체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역RP에 자금이 빠르게 몰려드는 현상이 투자처를 찾지 못할 만큼 시중에 유동성이 과잉 공급됐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 Fed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통해 잉여 유동성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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