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 대표작이 '한손에'

입력 2021-08-09 17:53   수정 2021-08-09 23:31

“나를 떠나버린 시들을 불러 모아 몇 날 며칠 어루만져보다가/다시 세상 밖으로 떠나보낸다./…(중략)…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다./사람의 가슴 속에는 누구나 시가 가득 들어 있다./그 시를 내가 대신해서 쓸 뿐이다.”(‘시인의 말’ 中)

시단의 대표적 서정시인으로 꼽히는 정호승 시인(71)이 50여 년간 벼려온 주요 시작품을 엮은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비채)이 나왔다. 데뷔작 ‘첨성대’부터 근작 ‘당신을 찾아서’까지 대표 시 275편을 발표 순으로 엮어 그의 시작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수선화에게’ ‘슬픔이 기쁨에게’ ‘당신을 찾아서’ ‘서울의 예수’ 등 친숙한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책 뒷부분에 김승희 시인(서강대 명예교수)과 문학평론가 이숭원(서울여대 명예교수)이 해설을 달아 시의 이해를 돕는다. 책 표지 손글씨는 글씨 예술가 강병인의 작품이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中)는 시구처럼 증오를 앞세우는 각박한 현실과 거리를 두려 한 시인의 세계관은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 그러면서도 시대 변화에도 시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맑고, 그 안에 자리한 서정성은 깊고 단단하다. 아프고 힘든 현실 세계의 고독을 사랑으로 헤쳐가려는 시인의 노래가 때로는 비감하게, 때로는 정취 있게 울려 퍼진다.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고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문학평론가 이숭원) 일을 지향하는 시인은 ‘단번에 낯익은 진부함을 처단하는’(김승희 시인) 언어의 마술을 선보인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정 시인은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등단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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