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그냥 지나갔다. 2018년 증권부장이 돼 퇴직연금 기사를 다루면서 그제야 계좌를 들여다봤다. 예금 수익률은 연 1.6%, 펀드 수익률은 연 17%였다. 예금을 쪼개 투자상품으로 옮겼다. 하필 그 직후에 미·중 갈등이 본격화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10년을 내다보면 ‘투자’가 답이라고 생각해 덮어뒀다. 지난해 코로나로 급락했던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한국경제신문 증권면에 주요 운용사 CEO들이 추천하는 퇴직연금 펀드 기사가 실렸다. 부진한 일부 펀드를 추천 펀드로 갈아탔다. 현재 5년간 굴린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6%대다.
개인적인 퇴직연금 운용 경험을 밝힌 것은 최근 한경에 실린 ‘당신의 퇴직연금은 안녕하십니까’라는 기획 시리즈를 보며 몇 가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직장인들이 은퇴 후 써야 하는 소중한 노후자금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투자 비중을 모른다는 가입자가 15%, 가입 후 상품을 한 번도 교체해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68%에 달하는 게 현실이다.
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도 지나치게 높다. 지난해 국내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2.58%에 그친 것은 연금자산의 89%가 예금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2013~2019년 국내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2.27%로, 투자상품 위주로 운용하는 호주(8.87%), 미국(9.49%)의 수익률을 크게 밑돈다.
원금은 꼭 지켜야 한다는 사람들도 많다. 주식이나 펀드 투자로 손실을 본 경험이 있으면 더욱 그렇다. 사실 퇴직연금 운용도 개인의 투자성향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각자의 선택이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원금을 지키는 게 중요할 수 있다. 다만 원금보장의 함정은 분명하다. 물가상승률이 예금금리보다 높다면 원금을 까먹는 셈이다. 증시는 단기적으론 변동성이 클 수 있지만 경제가 성장하면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 요즘엔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상품 종류가 다양해졌고, 전 세계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리면서 젊은 층 중심으로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직장인이라면 퇴직연금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DC형에 가입하고도 회사 일과 일상에 쫓겨 제대로 신경 못 쓰는 사람들이 많다. 2년 방치한 필자는 양호한 편이다. 그래서 ‘디폴트 옵션’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회사가 가입자 투자성향에 맞춰 알아서 운용해주는 제도다. 호주 등에선 별도 동의절차 없이 자동 가입되지만 국내는 가입자 의사를 묻는 절차를 거치는 방식으로 관련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금융업권 간 이해관계가 얽혀 디폴트옵션 운용상품에 원금보장형 상품을 넣느냐 마느냐 문제로 지연되다가, 최근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조 동의를 받아오라고 해 통과가 늦어지고 있다.
빠른 고령화로 은퇴자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만으론 노후를 대비하기에 부족하다. 올해 2분기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액은 260조원이 넘는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들이 방치한 노후자금을 불려주기 위한 제도다. 퇴직연금 시장에선 이미 생애주기에 따라 운용사가 주식 채권 비중을 조절해 투자해주는 TDF(생애주기펀드)가 대세다. 금융사들이 알아서 운용한다는 측면에선 디폴트옵션도 비슷하다. 도입을 미적거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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