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폐막 직후 발표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내각의 지지율이 또다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반등의 기회로 삼아 올 가을 총선에서 승리하고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하려던 스가 총리의 정국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아사히신문이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28%로 작년 9월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3%로 지지율의 2배에 달했다.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 나타난 내각 지지율은 다른 일본 언론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통털어서도 최저치다. 올림픽 개막 직전인 지난달 중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지지통신(29.3%), 교도통신(35.9%), 마이니치신문(30%) 등이었다.
일본 정계에서 지지율이 30%선을 밑도는 것은 정권 붕괴로 이어지는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진다. 8년간의 재임기간 동안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지지율이 29%까지 떨어진 작년 5월로부터 3개월만에 건강을 이유로 사임했다.
저조한 지지율을 반영하듯 9월말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스가 총리의 '재선을 바라지 않는다'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재선을 바란다'는 응답은 25%였다. 자민당 지지층 가운데는 '재선을 바란다(44%)'와 '바라지 않는다(42%)'가 팽팽히 맞섰다.
올림픽 개최는 '잘했다'가 56%, '잘못했다'가 32%였다. 올림픽에 부정적이던 여론이 상당히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대표팀이 역대 최다인 금메달 27개를 따내며 종합 3위로 선전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림픽을 큰 탈 없이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더 떨어진 건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이 23%로 최저였다.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답변이 70%에 달했다.
'스가 총리의 코로나19 대응 자세를 신뢰할 수 없다'가 66%,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보급 체제가 늦다'가 73%였다. 스가 총리가 공언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올림픽'이 '가능했다'는 응답은 32%인 반면 '그렇지 않았다'는 응답이 54%에달했다.
정당 지지율은 자민당이 32%,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15%였다. 올 가을 중의원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가 35%, '야당의 의석수가 늘어나는 편이 좋다'와 '여당의 의석수가 늘어나는 편이 좋다'가 37%와 15%씩이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7~8일 전화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일본 전역의 유권자 1395명이 참여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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