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각자도생 요구하는 EV 전환

입력 2021-08-10 14:10   수정 2021-08-10 14:52


 -시대 흐름 속 흥망성쇠 제각각

 전기차가 많이 보급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기차 확산은 단순히 내연기관이 전기모터로 대체되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수송 에너지를 석유에서 전기로 바꾸는 것이어서 산업의 구조적 재편에 따른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 마디로 자동차 산업의 근간이 뿌리까지 달라지는 셈이다. 

 먼저 제조 측면에선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탑재하는 만큼 사용되는 부품과 공정이 줄어 일자리도 감소한다. 여기서 일자리는 특히 부품 업종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름을 쓰지 않으니 연료를 담는 탱크부터 연료가 흘러 엔진에 분사되는 과정에 필요한 모든 부품이 사라진다. 그리고 태울 기름이 없으니 엔진 자체도 불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엔진 내의 피스톤, 타이밍체인, 캠축, 크랭크축 등도 없어지며 한동안 경쟁적으로 펼쳐졌던 변속기 다단화, 듀얼 클러치 등으로 표현됐던 변속기도 거의 없어진다. 이런 부품은 완성차업체가 아닌 부품회사가 제작, 공급하는 구조여서 관련 부품 업종은 전환의 시기를 놓치면 문을 닫아야 한다. 

 두 번째는 에너지 측면이다. 기본적으로 전기차의 에너지 흐름은 '발전-송전-배전-충전'의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전기차 확대는 발전의 문제까지 바꿀 수 있다. 충전하는 차가 늘어날수록 발전 문제도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어 산업의 식량 전환이 불가피하다. 나아가 문제 해결의 방안으로 전기차를 전력 운반 수단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등장할 수 있어 전력 유통의 독점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전기차 구동을 위해 사용자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 충전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어서다.  

 세 번째는 후방산업 측면이다. 내연기관 이동 수단의 후방산업을 대표하는 분야는 바로 정비 서비스 부문이다. 그러나 전기차로 바뀌면 정비 항목을 포함해 소모 품목도 감소해 기존의 정비 사업자는 지속이 쉽지 않다. 대표적으로 제주도는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에서 전기차 비중이 7%에 도달하자 정비사업자 12%가 사라졌다. 또 하나는 기름을 판매하는 주유 사업이다. 충전으로 돌아서는 만큼 기름을 넣는 차도 감소하기 마련이다. 기름 또는 LPG를 자동차에 판매하는 에너지 유통 사업의 앞날이 암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 나마 정비 사업자가 숨통을 열 수 있는 부문은 전기차 한 대당 정비 비용이 내연기관보다  높다는 점이다. 미국 내 빅데이터 분석 업체 위프리딕트(We Predict)는 최근 EV 수리 비용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전기차 구매 후 3개월은 EV의 수리 비용이 내연기관보다 2.3배 높지만 1년이 지나면 1.6배로 줄어든다는 결과를 내놨다. 물론 2~3년이 지나면 격차는 역전된다. 관련 인력이 늘어나면 비용은 내연기관 대비 오히려 낮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문제는 이런 전환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산업의 경우 일자리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부품의 숫자가 줄고 전기차 충전은 기기만 필요할 뿐 별도 고용원도 필요 없다. 일자리 전환을 언급하지만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때 필요한 인력은 내연기관 부품 공장 일자리 숫자보다 훨씬 적다.

 그럼에도 전동화 흐름은 멈출 수 없다. 일자리를 통한 생계와 인류 생존의 무게추가 점차 '생존'으로 기울고 있어서다. 최근 IPCC 6차 보고서 또한 지구 기온 1.5도 상승을 이제는 막을 수 없고 상승 기간도 10년이 빨라졌다는 점을 경고했다. 한 마디로 전동화 전환 속도에 채찍질을 가하며 국가 간 산업 및 경제구조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쉽게 보면 잘 살고 못 사는 문제를 떠나 모두 함께 죽느냐 사느냐의 길로 접어든다는 점을 인식하고 탄소 배출 감축을 촉구했다. 지금까지 제품 생산 및 사용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으면 과징금을 부과하고 적으면 인센티브를 주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비용이 오르든 말든 무조건 줄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그래서 생존을 위한 생계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내연기관을 포기하고 제조사가 전기차를 내놓으면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를 운행하라는 게 생존의 조건이다. 생존에서 생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비용은 더 이상 기준 삼지 않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인류의 미래가 지구에 달려 있는 만큼 개별 기업, 국가, 개인 등의 생계 아우성은 듣지 않겠다는 목소리다. 이럴 때마다 개인과 기업은 시선을 국가로 돌리지만 국가라고 뾰족한 수가 없다. 기온 상승은 인류 생존 문제인 까닭이다. 그간 산업발전은 생계에 기반을 둔 '동반 성장'의 길을 걸어 왔다. 하지만 기온 상승이 동반 성장을 지금부터 각자도생으로 바꿔 놓는 중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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