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기간제법 시행 이후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해야 합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그 처우나 근로조건은 기존의 정규직 근로자들과는 달리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후 별도의 직군을 만든 경우 등에 대해 근로기준법 상 차별금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석해 왔습니다. 법원에서도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에 대한 다른 처우를 놓고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로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법원 판결의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맡은 업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일부 차이는 있지만 주된 업무가 같다면, 채용경로가 다르더라도 현재 맡은 업무가 같다면 근로기준법 상 차별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약 15년간 노동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인사노무그룹장)가 '균등처우 원칙의 적용 확대'에 관한 글을 보내왔습니다. 정 변호사는 각종 비정규직 관련 소송은 물론 회사분할 시 근로관계 승계 문제 등 다수의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베테랑 변호사입니다.
==========================
균등처우 원칙의 적용 확대에 관하여
1.들어가며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은 근로조건에 관한 차별을 여러 방면에서 금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간제 근로자,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금지가 있다. 고령자,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 남녀 간의 차별금지도 있다. 근로기준법도 균등처우의 원칙을 정하고 있으나 기업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그동안 선언적인 의미로만 인식하고 그다지 중요치 않게 생각해왔다.
2007년 7월 1일부터 기간제법이 시행됨에 따라 기업에서는 2년 이상 사용한 기간제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해야 했고, 추가 인건비의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무기계약직들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직군을 만들어 정규직과는 다른 근로조건을 적용하더라도 여기에는 균등처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달리 적용되는 차별금지 법률이 없어 법률적으로 문제 될 소지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하급심에서는 정규직과 동종?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무기계약직 사이에 근로조건의 차별이 있을 경우 근로기준법 상 균등처우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어 기업에서는 이와 관련된 인사제도의 정비가 시급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 균등처우 원칙의 적용 확대
◆균등처우 규정의 사회적 신분의 의미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차별은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는데, 과거 법원은 ‘사회적 신분’의 의미에 대해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쉽게 변경할 수 없다는 고정성이 전제되어야 하고, 일정한 사회적 평가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무기계약직을 균등처우 원칙의 ‘사회적 신분’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사회적 신분’에 대하여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용하면서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 특히 열등하다는 평가를 수반하는 것’으로 재해석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8. 6. 14. 선고 2017가합507736 판결)
이러한 판례에 따르면 ‘무기계약직’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일 뿐만 아니라 열등하다는 평가가 수반되므로 균등처우의 원칙이 적용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게 되었다. 이러한 취지의 하급심 판례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비교 집단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비교 대상 집단과의 사이에 차별이 있어야 한다. 이는 결국 무기계약직과 동종·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이 있는지 살펴야 하는데, 만약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사이에 본질적인 업무 차이가 존재한다면 차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합리적인 차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집단 간 업무가 유사한데도 근로조건의 차이가 있다면 이는 불합리한 차별, 즉 균등처우 위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면 혹시 차별문제가 발생할까봐 무기계약직의 주된 업무는 정규직과 동일하게 정하면서 일부 사소한 업무만 있어 차이를 두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 법원의 판단 추세를 볼 때 주된 업무에 차이가 없다면 차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차별대상
차별의 대상은 기본급, 각종 수당, 상여금, 복리후생은 물론 호봉 승급, 진급 등 다양하다. 최근 사례를 보면, 정규직 채용 직원과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직원이 같은 부서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신입 호봉에서부터 차이를 두고 근속기간 산입방식에도 차이를 두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채용경로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현재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 임금, 복리후생은 물론 승진 등 다른 근로조건에서도 차이를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나가며
10여년간 노동 소송 추이를 보면, 불법파견 소송이 제조업체 생산직에서 가전제품 서비스기사, 자동차 판매사원과 같은 서비스직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은 201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다가 최근에는 근로시간 문제와 연결된 부수적인 쟁점으로 간간히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는 근로자들의 권리의식 신장과 더불어 상대적 박탈감은 결코 참을 수 없다는 의식 등이 확대됨에 따라 차별에 관한 문제, 특히 무기계약직과 정규직간 차별, 채용경로에 따른 차별 등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기계약직 직군 등 정규직과는 근로조건의 직군을 운용하는 기업에서는 앞으로 제기될 소송에 대비하여 정규직과 업무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지, 어떤 차별이 존재하는지 잘 살펴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