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잠실5단지 '3년 걸림돌' 교육영향평가 통과

입력 2021-08-10 17:44   수정 2021-08-11 00:39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상징하는 아파트 중 하나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가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2018년 이후 3년간 재건축 발목을 잡아 온 큰 걸림돌 하나가 해결된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재건축 규제완화 실마리를 조금씩 풀어가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서울시가 시장 불안을 우려하고 있어 건축심의 등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 내 초등학교 부지 확보
10일 서울교육청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교육청 교육환경보호위원회는 지난 9일 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에 대한 심의를 열고 교육환경영향평가 승인을 결정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단지 내 신천초 이전 부지에 관한 사안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잠실주공5단지는 1978년 준공돼 올해로 44년차다. 총 가구 수가 3930가구에 달하는 데다 잠실역 사거리에 자리잡고 있어 ‘강남 재건축 대어’ 중 하나로 꼽힌다. 인근 잠실주공1~4단지는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레이크팰리스’ 등으로 재건축이 완료됐지만 5단지는 2003년 추진위원회 구성 이후 18년간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교육환경영향평가는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 중 하나였다. 이 단지는 2017년 9월 결정된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에 따라 2018년부터 교육환경영향평가에 도전해 왔다. 그러나 심의가 3년 넘게 지연됐다. 그간 서울시는 교육환경영향평가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잠실5단지 정비계획안을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에 상정하는 것을 미뤄왔다.

심의가 지연된 배경엔 단지 내 신천초 부지(약 1만4400㎡) 이전 및 기부채납을 둘러싼 서울시와 교육청 간 ‘줄다리기’가 있다. 교육청은 신천초 위치를 단지 중심부에서 서측으로 이전하면서 초등학교 부지를 두 개로 늘리고 규모도 8000㎡씩 총 1만6000㎡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간 서울시는 교육청에 기부채납하는 부지 규모가 늘어나면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든다는 이유 등을 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번 심의에선 교육청 요구대로 초등학교 부지로 총 1만6000㎡ 면적을 확보하는 내용이 통과됐다. 서울시가 기존 고수하던 입장에서 어느 정도 양보한 셈이다.
건축심의 통과 여부는 미지수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그동안 서울시는 교육환경영향평가 미완과 부동산 시장 안정화, 주민의견 수렴 미비 등을 이유로 들며 정비계획안 상정을 미뤄왔다. 시가 도계위 수권소위를 열고 용적률, 가구수 등 정비계획안을 결정해야 건축심의 등 이후 단계를 진행할 수 있다. 오 시장 취임 후인 지난 4월에도 송파구가 시에 조속한 상정을 요구했으나 시는 사실상 ‘보류’를 통보했다.

조합은 최근 조합원을 상대로 정비계획안 관련 설문조사를 하는 등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지 내 도시계획도로 유지 여부, 용적률, 상업시설 축소 등에 대한 조합원 의견을 수렴해 서울시와 협의에 나서기 위해서다.

다만 조합원 내부 이견이 많고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은 변수다. 도계위는 앞서 2017년 단지 일부를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상향해 최고 50층 규모로 지을 수 있게 했다. 총 가구수가 6402가구로 늘어나고 이 중 427가구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 높은 용적률, 임대주택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민간 정비사업 규제완화를 공약으로 내건 오 시장이 당선된 이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자칫 부동산 시장 불안정의 책임을 떠맡을 수 있어서다. 오 시장이 취임 직후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규제책을 먼저 꺼내든 이유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 등과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원만하게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겠다”면서도 “잠실주공5단지는 대치동 은마와 함께 파급력이 큰 단지여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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