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개월 전에 발표한 올여름 전력 수요 예측이 실제와 원자력 발전소 5~6기 용량의 오차를 보인 이유는 태양광 발전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은 크게 △공식 전력시장 내 태양광 △한국전력과 직거래하는 방식의 전력구매계약(PPA) △개인 자가(自家)발전 등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
세 종류의 태양광 발전 가운데 정부의 공식 집계에 포함된 태양광은 전력시장 내 태양광 한 가지뿐이다. 정부는 PPA와 자가발전 태양광의 수급량이 얼마인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가 발표한 태양광의 발전 비율은 그동안 숨어있던 전체 전력 수요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공식 전력시장 안에서 집계된 전력 수요에 11.1%와 6.8%를 역산한 결과 올해 최대 전력피크를 기록한 지난달 27일 오후 5시 전력 수요는 약 96.4GW로 집계됐다. 정부가 지난해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밝힌 올해 최대 전력 수요 예측치에 비해 7.1%(6.4GW)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구름이 많이 끼면서 고온다습하거나 한겨울 햇빛 없이 난방 수요가 많은 날에는 전력 수요는 비슷한데도 태양광이 제 역할을 해낼 수 없다. 날씨가 태양광 발전에 적합하지 않으면 그동안 태양광이 전력 수요를 상쇄해온 만큼 전력시장 안에서 원전, 화력발전을 통한 대체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애초 예측이 잘못 이뤄졌으니 전력 수급대책에 구멍이 뚫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그동안 태양광 발전 뒤에 가려져 있던 숨은 수요가 문제다. 일부 전력 수요를 태양광 발전으로 조달하던 가구들이 어떤 이유로든 갑자기 이를 이용할 수 없게 되면 그 급증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햇빛 없이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한겨울이 진짜 문제”라며 “정부가 안정적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줄이면서 태양광 발전을 급격히 늘리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선 전력시장 외 태양광을 포함한 실제 전력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확한 수요 예측이 선행돼야 날씨가 좋지 않을 때 원자력 등 다른 에너지원을 동원한 발전이 얼마나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발전소를 얼마나 더 지을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에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이 부족할 때 단기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추가 예비 전력이 8.8GW 있기 때문에 당장 블랙아웃이 발생할 가능성은 미미하다”면서도 “국민 혼란을 막기 위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때는 전력시장 외 태양광 발전까지 포함해서 전력 수요를 정확히 발표하겠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