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무리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에 투자했더라도 올해같이 8개월간 지루한 횡보세가 이어지면 버티기 쉽지 않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눈부신 실적 개선이 뻔히 보이는데도 그렇다. 장기 투자를 결심했더라도 중간에 급등하는 종목으로 갈아타는 개인 투자자가 상당수다. 이런 행동 방식에는 어떤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걸까.
오 교수는 주식 투자에 실패한 경험을 계기로 이 수업을 열게 됐다. 증시에 문외한이던 그는 코로나19 충격 이후 증시가 급상승하던 작년 8월 처음으로 주식에 손을 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큰 폭의 이익 확대가 기대되던 대한항공에 5000만원을 투자했지만 1주일 사이 2% 하락하자 곧바로 손절해 버렸다. 이후 “곧 급등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바이오주로 옮겨 탔지만, 여기서도 손실을 봤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조급한 마음에 다른 급등주로 옮겨 타다 보니 투자 성적표는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 교수는 ‘전공인 지각심리학으로 주식 투자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각심리학이란 인간이 오감을 통해 외부 세계의 자극을 수용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기간을 버티려면 ‘시간 통제’가 필요하다. 다른 흥분이나 자극을 주입해 도파민을 분비시켜 시간을 빨리 흘려보내야 한다는 얘기다. 오 교수는 “손실 구간에서 차를 마시거나 차분한 음악을 듣고 마음을 진정시키라는 조언은 지각심리학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격한 운동을 하거나 컴퓨터 게임에 몰입하는 방법이 더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충동매매로 고점에 물리는 것도 인간이 세상을 지각하는 방식의 결과다. 인간은 물체가 물리적 법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데 익숙하다. 오랜 기간 상승 궤적을 그린 주가 그래프를 보면 이런 움직임이 자연스럽다고 여기게 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주가가 오르겠지’라고 무의식적으로 예측해 ‘매수’ 버튼에 손이 간다. 고평가 영역에 진입한 종목인데도 추격 매수해 고점에 물리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주가는 물리적 법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끝없이 오를 것 같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급락할 수 있다.
오 교수는 2학기 수업을 통해 지각·시간·감정·동작 네 가지 요소가 주식 매매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분석할 계획이다. 그는 “심리학적 관점으로 보면 인간 본능에 따른 투자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훈련이나 공부 없이 차트에만 의존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도 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