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현대중공업지주의 사후관리 부문이 분할해 탄생했다. 매출은 2400억원에 불과했지만 업계의 관심이 컸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 대표가 설립 과정부터 참여해 경영까지 책임진 첫 계열사기 때문이다.
독립 이후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 AS에 편중된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친환경 선박 개조 분야 등 새로운 사업을 열어갔다.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세계적인 온실가스 규제 강화와 함께 친환경 선박으로의 개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000억원대에 불과하던 매출은 지난해 1조90억원으로 출범 4년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탄탄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기반으로 정 대표가 최근 주력하는 사업은 스마트십 솔루션이다. 최적 운항 경로부터 주요 부품의 현재 상태, 교체 시기까지 알려주는 선박 운영 시스템을 기존 사업과 연계하겠다는 전략이다. 선박 건조에 그쳤던 현대중공업의 사업 범위를 운항, 정비, 수리, 개조에 이르는 선박 생애주기 전체로 확장하기 위해서다.
작년 말 설립한 그룹 계열사 아비커스를 통해 선박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인 현대중공업그룹을 선박 분야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시장을 확장하는 것으로, 기존 업계에선 볼 수 없었던 시도”라고 말했다.
정 부사장이 주도한 두 행보에서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운용자산(AUM)만 300조원에 육박하는 KKR이 보유한 네트워크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행보 이면에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제조업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 있다. KKR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약 1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향후 플랫폼 역량을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현금창출력을 중심으로 매겨지는 제조업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테크 기업으로서 재평가받을 수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은 M&A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극대화해 기술주로 재평가받는 것을 노리고 있다”며 “그 중심에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있다”고 분석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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