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플랫폼 기업 변신…정기선이 이끈다

입력 2021-08-10 17:45   수정 2021-08-11 01:46

현대중공업그룹이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세계 1위 조선사의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십 솔루션을 제공하는 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그 중심에는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현대중공업 부사장·사진)가 있다. 선박 사후서비스(AS)에서 벗어나 선박 생애주기 전체를 장악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순 AS 넘어 스마트 솔루션 제공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AS 계열사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최근 ‘스마트십 솔루션’ ‘선박 생애주기 솔루션’ 등 AI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SW)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AI와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활용, 선박의 운항 및 부품 작동 상태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적인 엔진 가동부터 부품 이상 여부를 알려주는 선박의 ‘두뇌’와 같은 시스템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현대중공업지주의 사후관리 부문이 분할해 탄생했다. 매출은 2400억원에 불과했지만 업계의 관심이 컸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 대표가 설립 과정부터 참여해 경영까지 책임진 첫 계열사기 때문이다.

독립 이후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 AS에 편중된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친환경 선박 개조 분야 등 새로운 사업을 열어갔다.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세계적인 온실가스 규제 강화와 함께 친환경 선박으로의 개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000억원대에 불과하던 매출은 지난해 1조90억원으로 출범 4년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탄탄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기반으로 정 대표가 최근 주력하는 사업은 스마트십 솔루션이다. 최적 운항 경로부터 주요 부품의 현재 상태, 교체 시기까지 알려주는 선박 운영 시스템을 기존 사업과 연계하겠다는 전략이다. 선박 건조에 그쳤던 현대중공업의 사업 범위를 운항, 정비, 수리, 개조에 이르는 선박 생애주기 전체로 확장하기 위해서다.

작년 말 설립한 그룹 계열사 아비커스를 통해 선박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인 현대중공업그룹을 선박 분야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시장을 확장하는 것으로, 기존 업계에선 볼 수 없었던 시도”라고 말했다.
M&A 통한 신사업으로 영역 확대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는 현대중공업그룹의 투자 유치 역시 이 같은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 부사장은 지난 2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미국 대형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646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는 작업을 주도했다. 3월엔 KIC와 △AI·로봇 △수소연료전지 △디지털 헬스케어 △선박 자율운항 등 신산업 분야 인수합병(M&A)을 위한 1조원 규모의 공동 투자 협약을 맺었다.

정 부사장이 주도한 두 행보에서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운용자산(AUM)만 300조원에 육박하는 KKR이 보유한 네트워크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행보 이면에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제조업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 있다. KKR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약 1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향후 플랫폼 역량을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현금창출력을 중심으로 매겨지는 제조업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테크 기업으로서 재평가받을 수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은 M&A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극대화해 기술주로 재평가받는 것을 노리고 있다”며 “그 중심에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있다”고 분석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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