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고파는 순환고리가 전방위적 부동산 규제로 끊어지면서 ‘갈아타기’마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주변 집값이 오르다 보니 내 집 팔아봤자 세금을 내고 나면 같은 단지로도 못 갈아타기 때문이다. 지금 집을 팔면 다시 사기도 어려워 아예 눌러앉기로 결심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주택 갈아타기는 첫 집을 마련할 때보다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첫째, 갈아타기의 당위성이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불안감에 사고파는 것을 반복하면 자산이 제자리걸음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보유주택의 양도세를 고려해 매도 후 예산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어설픈 자금계획으로 소중한 계약금을 날릴 수 있다. 셋째, 입지가 뛰어난 상급지 갈아타기를 위해 가족 모두가 어느 정도의 변화를 감내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월세테크(월세로 살면서 목돈 투자)를 할 수 있는가, 학령기 아이의 전학을 감수할 수 있는가, ‘몸테크’(불편함을 감수하고 노후 주택에 거주)가 가능한가에 대해 가족 간에 의견 일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내 집은 비싸게 팔고 갈아탈 집은 좋은 가격에 사겠다는 생각은 내려놓아야 한다. 언제 어떻게 갈아타야 원하는 집에 닿을 수 있을지 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갈아타기에 적기는 없다. 상급지 갈아타기는 빠를수록 좋다.
우리 집이 있는 지역의 호재가 실현된 뒤 상급지로 갈아타겠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그동안 상급지가 더 오른다. 상급지와 하급지의 가격 차가 좁혀지는 시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내 집 갈아타기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징검다리 간격이 좁아질 때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대가를 치르고 길을 만들어야 한다.
1주택자는 보유주택의 금액 구간별로 갈아타기 방법을 달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주택 가격이 6억원 이하면서 부채를 제외한 자기자본이 60% 이상이라면 신축 아파트 입주권이나 분양권, 상급지의 6억원 구간으로 갈아타기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내 집이 이렇게 살기 좋은데 다른 곳보다 덜 올라서 저평가라고 생각하고 오르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서 저평가는 없다. 가치가 낮을 뿐이다. 최근 수년간 덜 오른 집이라면 한 번쯤 갈아타기를 시도해 보자.
집값이 9억~12억원 이하 1주택자라면 비과세를 챙기는 게 좋다. 마음이 급하다고 소달구지에서 뛰어내리면 안 된다. 꽃가마를 타려면 소달구지에서 덜컹거리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비과세 구간 1주택자라면 비거주 일반과세로 매도하고 갈아타는 경우와 실거주로 비과세를 챙기는 것의 실익을 계산해 갈아타기를 계획해야 한다. 양도세 비과세 구간이 12억원으로 변경되는 시기로 잔금을 늦추는 전략도 좋다. 불편을 선택하는 정도에 따라 향후 자산의 크기가 크게 차이날 수 있다.
갈아타기에 상승기와 하락기를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상급지 이동은 빠를수록 좋다. 1년 중 상대적으로 부동산 비수기인 여름철에 갈아타기 전략을 짜보는 게 좋은 이유다. 부동산의 보합, 하락기에 자산을 어디에 주차할지, 자산 재배치 측면에서 현명한 갈아타기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박성혜 < 플랩자산연구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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