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적자로 돌아섰는데…"文케어는 세계의 본보기" 자화자찬

입력 2021-08-12 17:18   수정 2021-08-13 00:38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8월 9일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미용 성형을 제외하곤 모두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선언한 자리다. 이후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정부는 자기공명영상(MRI) 및 초음파 검사에 대한 건보 적용, 2인 병실 입원료에 대해서도 건보 지원 등 건보 보장을 확대해 나갔다.

문 대통령은 4년이 지난 12일 “세계의 본보기가 되는 사회보험제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백신은 부족한 마당에 지나친 자화자찬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재정투입 급증…보험료 20조원 더 거둬

정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나라’를 구호로 내걸고 추진해온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지난 4년을 평가하는 보고대회를 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까지 3700만 명의 국민이 9조2000억원의 의료비를 아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난임시술 지원 확대로 27만 명이 평균 192만원의 의료비를 절감했고, 중증 치매 환자 6만 명이 평균 69만원가량의 부담을 덜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개인 질환뿐 아니라 코로나 예방과 진단, 치료 비용부터 야간 간호료와 의료인력 지원 비용에 이르기까지 감염병 연관 분야에서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건강보험을 통한 의료비 지원이 확대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적자는 3531억원으로 집계됐다. 문 케어가 시작된 2018년 177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후 3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2017년 20조7733억원까지 쌓여 있던 건강보험 적립금은 지난해 말 17조418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 예상 적립금 감소 규모가 14조70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재정수지가 오히려 개선된 것이란 설명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 기간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문 케어 시작 전인 2017년 53조6939억원이었던 건보공단의 보험료 수입은 올해 20조원 이상 늘어난 73조8834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강보험료율이 4년간 연평균 2.91% 오른 결과다.

정부의 직접 재정투입 규모도 매년 증가세다. 2017년 5조7105억원에서 올해 9조4876억원으로 4년 만에 38.2% 증가했다. 정부 재정이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국민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건보 적자 확대를 비롯해 문재인 케어의 부작용 문제는 별도로 논의한다 해도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시국에 자화자찬이 가당키나 한가”라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애초 무리였던 ‘보장률 70%’
문 케어 부작용으로 민간 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손실액이 증가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급여 항목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병원을 더 자주 찾게 되는 ‘과잉진료’ 영향으로 실손보험 손실액이 4년간 7조3000억원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가입자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

국민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공약(公約)한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 70% 달성’은 ‘공언(空言)’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 보장률은 문 케어 도입 전인 2017년 62.6%에서 2019년 64.2%로 1.6%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5년 63.4%와 비교하면 불과 0.8%포인트 늘었다.

대학병원 등 상급 종합병원의 보장률은 이 기간 65.1%에서 69.5%로, 일반 종합병원은 63.8%에서 66.7%로 높아졌지만 동네 병원 등 의원급 보장률이 57.2%에 그쳤다. 한의원과 치과의원 등은 일반 의원급 보장률보다 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인식 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은 “70%라는 목표는 도전적이고 쉽지 않은 목표치였다”고 말했다.

강진규/임도원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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