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와 좌절이 순식간에 교차하다 보니 우여곡절도 많고 온갖 에피소드가 탄생한다. 증시 주변에 수많은 유행어가 생겨나는 이유다. 국내 혹은 해외 주식을 쓸어담는 개인을 가리키는 ‘동학개미’나 ‘서학개미’는 이미 철 지난 유행어가 됐고, 공모주 열풍을 타고 등장한 ‘따상’(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가 된 뒤 상한가에 도달)은 다소 시들해졌지만 아직은 그래도 현역(?)에 속한다.
주가 상승세가 가파른 주도주들을 부르는 약칭도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자동차 화학 정유사 주식을 일컫는 ‘차화정’은 10여 년 전인 2009~2011년 전성기를 보냈다. 지난해 증시 슈퍼스타 노릇을 한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는 플랫폼·IT 업종과 함께 여전히 비교적 강세다. 미국 증시의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혹은 ‘MAGA’(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애플)도 그런대로 아직까지는 선전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최근 약 3개월간 3200대에서 지루한 횡보를 계속하자 ‘사물놀이 장세’라는 용어가 새로 등장했다. ‘사면 물리고 놀면 이긴다’의 줄임말로, 주가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때는 섣불리 매수하기보다는 추세가 결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상책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말이 쉽지, 주식투자에 한번 발을 들인 사람에게 ‘무포’(無포지션: 주식이 없는 상태)만큼 힘든 시기도 없다. 남들이 가진 주식은 다 오르는 것 같은데 가만히 있으면 나만 왠지 손해보는 것 같은 ‘FOMO’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워서다.
추세가 형성되면 그때 들어가라고 하지만 이 역시 생각만큼 쉽지 않다. 언제 추세가 잡히는지 알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뒤늦게 추세를 좇아 추격매수를 하면 대부분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이 따라온다. 주가 조정을 버티고 버티다 손절하면 약 올리듯 다시 오르는 게 주가다. 주식투자도 훈수는 쉽지만 실전은 어렵다. 그래서 더 주식을 끊기 어려운지도 모른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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