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교육을 바꿔야 '실력'이 '재력' 넘어선다

입력 2021-08-12 18:27   수정 2022-03-2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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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토크라시(meritocracy)는 주로 ‘능력주의’로 번역된다. 1950년대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풍자소설에서 족벌주의나 금권주의에 반대되는 표현으로 처음 썼다. 신분, 가문의 배경, 부모의 경제력이 아니라 스스로 창출한 업적과 성취로 사회적 지위가 형성되고 보상의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는 철학이다. 이는 한때 긍정적 의미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불평등과 엘리트주의를 심화시키고 소모적 과당경쟁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영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사는 《메리토크라시》에서 이를 단순히 능력주의로 표현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는 지능과 노력만이 아니라 배경과 기초환경까지 고려한 ‘업적주의’ 또는 ‘공로주의’가 진정한 의미의 메리토크라시라고 말한다.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성을 함께 고려해 업적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사회가 되려면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 영국 중국 인도 등 세계의 혁신적인 교육 시스템을 살펴보며 표준화의 함정에 빠진 한국 교육의 현실을 비판한다. 온라인 기반으로 고교 과정이 이뤄지는 스탠퍼드 온라인 고등학교, 공립학교지만 사립처럼 운영되는 토머스 제퍼슨 과학기술고등학교 등 미국의 다양하고 혁신적인 고교 과정을 깊이 들여다본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기업과 직업적 삶을 바꾸는 세상에서 ‘공정성의 회복’이라는 명제에만 집착한 나머지 한국 교육정책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학생 감소의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 명문 대학들과 떠오르는 기업대학을 비교하면서 고등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한때 지원자가 넘치던 경영전문대학원(MBA)들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으로 줄줄이 폐교 위기에 처했다. 반면 구글대학, 싱귤래리티대학 등 미래형 기업대학은 각광받고 있다. 교육의 수월성, 혁신성, 다양성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는 교육 혁신을 통해 ‘실력과 매력이 학력과 재력을 이기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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