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패키징은 이달 들어 13일까지 8.03% 올랐다. 계기는 지난 4일 발표한 2분기 실적이다. 올 2분기 매출은 10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6%, 영업이익은 210억원으로 29.49% 증가했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각각 6.85%, 17.85% 웃도는 수치다.
어닝서프라이즈를 낸 데에는 2007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아셉틱(무균충전공법)’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영향이 컸다. 아셉틱 부문 매출이 주요 사업부인 페트병 제조 부문 매출 턱 밑까지 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셉틱 공법은 음료를 섭씨 135도까지 끓여 살균한 뒤 이를 25~30도로 급속 냉각해 상온에서 주입하는 공법이다. 음료 회사들이 제조 단계에서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건 세균과 박테리아 증식을 막는 것이다. 아셉틱 공법을 적용하면 음료를 끓인 뒤 85~90도까지만 식힌 뒤 주입하는 기존 ‘고온살균 방식’보다 박테리아 번식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맛과 향이 보존된다는 장점이 있다. 열 때문에 용기가 변형될 가능성도 낮다. 유통기한도 6개월에서 12개월로 길어진다.
아셉틱 부문 매출이 커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삼양패키징이 페트병을 제조하는 화학업체가 아니라 음료업체로 재평가받아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삼양패키징 주가는 2017년 상장 이후 지난해 초까지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페트병 제조 사업부문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에 따라 영업이익이 크게 출렁이기 때문에 경기민감주 취급을 받았다. 시장 1위 기업이지만 페트병 시장이 저성장세(연평균 성장률 4~5%)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발목을 잡았다.
아셉틱 시장은 연평균 16%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우유나 과즙탄산, 기능성 단백질 음료 등에도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심지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페트병 사업부문과 성장성이 높은 아셉틱 부문을 거느렸지만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75배로 다른 업종 대비 주가가 매우 싼 수준”이라고 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