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여섯 차례에 걸쳐 발표한 도심복합개발 후보지 56곳 중 7곳이 공식적으로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공급 규모 기준으로 수도권에서 두 번째로 큰 서울 동대문구 용두역세권(3200가구)을 비롯해 △서울 신길4구역(1199가구) △서울 가산역세권(1243가구) △서울 미아역 동측(623가구) △부산 옛 전포3구역(2525가구) △부산 옛 당감4구역(1241가구) △대구 달서구 신청사 인근(4172가구) 등이다. 해당 구역에서 예정된 공급 규모만 1만5000가구다.
도심복합개발은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주도해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지난 ‘2·4대책’에서 도입된 공공 주도 개발 방식이다.
용두역세권에선 주민 300여 명이 후보지 철회에 동의해 국토교통부 등에 철회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반대 규모가 전체 주민 1000명의 3분의 1에 달한다. 용두역세권은 사업성 문제, 추진 주체 부재 등으로 2016년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곳이다. 인근에 청량리역, 용두역, 제기동역이 있고 GTX(청량리) 신설이 계획돼 있는 ‘알짜 입지’여서 민간개발이 유리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신길뉴타운 중심에 있는 신길4구역도 공공개발에 반대하는 민간재개발 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공공개발 대신 지난 5월 서울시가 도입한 공공기획 민간재개발 사업에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공기획 민간재개발 사업은 서울시가 사업 초기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을 직접 짜서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공공이 소유권을 넘겨받아 직접 개발하는 도심복합개발과 달리, 공공의 보조를 받을 뿐 사업 시행의 주체는 민간 조합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이탈 후보지가 계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 없이 지방자치단체 추천만으로 후보지 선정이 이뤄지다 보니 사업이 순조롭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발표된 물량은 주민 반발 등이 고려되지 않은 말 그대로 ‘후보지’에 불과하다”며 “후보지 선정이 번복되면 공급 대책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총 여섯 차례에 걸쳐 56곳, 7만5700가구의 도심복합개발 후보지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수색14구역·녹번동 근린공원, 서대문구 고은산 서쪽, 영등포구 신길2구역 등은 본지구 지정 요건인 주민 동의율 3분의 2를 넘겼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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