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심리 악화와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투자자가 사흘간 6조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내면서 2개월 반 만에 3200선이 붕괴됐다. 외국인이 주식 매도자금을 달러로 바꾸기 시작하자 외환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원·달러 환율은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반도체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와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13일 코스피지수는 1.16% 내린 3171.29에 장을 마쳤다. 지난 5월 28일(3188.73) 이후 두 달 반 만에 3200선을 밑돌았다. 장중 한때 3146.7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외국인이 이날 하루 2조7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한 영향이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올 들어 2위에 해당한다.
매도는 반도체에 집중됐다. 유가증권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3.38%나 급락했다. 종가는 7만4400원으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D램 가격 상승세가 연말께 꺾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 이후 사흘 만에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4조원가량 증발했다. 지난 이틀간 SK하이닉스에 집중됐던 외국인 매도세가 이날 삼성전자로 옮겨붙은 모습이다. 외국인이 쏟아낸 매물을 모두 받아낸 개인들은 이날 2조8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3거래일간 개인 순매수 금액은 6조40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지수를 따라 움직이던 코스피지수는 최근 완전히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날 미국 증시는 고용 회복 기대에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미국의 주간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3주 연속 감소했다는 소식에 다우지수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중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 1, 2위를 차지하고 있어 전체 미국 시장 움직임보다는 전날 6% 이상 하락한 마이크론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날 아시아 시장도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0.14%, 0.24% 하락 마감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이탈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11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7원80전 오른 1169원에 마감됐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과거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1년 이상 하락세가 지속됐다”며 “여기에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계속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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