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0월까지 전 국민의 70%(3600만 명)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기로 했다. 11월 집단면역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정부가 ‘낡은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2.5배 강한 델타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잡으면서 전 국민의 70%가 백신을 맞아도 집단면역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목표마저도 백신 수급 차질로 인해 달성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방역당국의 ‘집단면역’ 청사진은 이렇다. 먼저 추석 연휴(9월 20~22일) 전까지 전 국민의 70%에 대해 1차 접종을 마친다. 이로부터 약 6주 후인 10월 말엔 2차 접종까지 완료한다. 이렇게 되면 2주간 항체 형성 기간을 거쳐 11월 중순에는 집단면역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사실상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 같은 당국의 계획이 ‘철 지난 목표’라고 지적한다. 전 국민 70%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계획은 확진자 1명이 다른 2명을 감염시킨다는 가정 아래 세워졌다. 3명 중 2명(66.7%)이 면역력을 갖추면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그런데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2.5배 강하고 바이러스 양도 1000배 이상 많은 델타 변이의 출현으로 판도가 바뀌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델타 변이는 감염재생산지수가 5가 넘어 확진자 1명이 5명까지 감염시킨다고 알려져 있다”고 했다. 집단면역 목표의 가정 자체가 이미 델타 변이로 인해 뒤틀린 것이다.
접종률이 높은 해외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전문가들의 분석을 뒷받침한다. 접종 완료율이 60%에 달하는 이스라엘은 매일 5000~6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만 해도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였는데 델타 변이가 퍼지면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집단면역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개발에 참여했던 앤드루 폴러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최근 “백신 접종자를 더 잘 감염시키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올 것”이라며 “집단면역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중 대부분은 화이자·모더나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맞는다. 앞으로 AZ 백신을 맞는 접종군은 이미 상반기에 AZ 백신을 1차로 맞은 60~74세 등 706만 명에 그친다. 나머지 3200만여 명은 자발적으로 AZ 백신을 맞지 않는 한 mRNA 백신을 맞혀야 한다.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화이자·모더나 등 601만 회분을 빼면 10월까지 mRNA 백신을 2600만 회분 이상 더 들여와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모더나가 이달 물량 중 절반 이하만 공급할 수 있다고 통보하면서 사실상 화이자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정부 대표단이 모더나 측과 논의한 결과를 17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모더나의 공급 차질에 유감을 나타내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미국 모더나 본사에 파견했다.
이선아/임도원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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