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대 도시철도 노동조합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연대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지하철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교통복지 차원에서 세금으로 무임승차를 지원해야한다는 의견과 무임승차 혜택을 축소해야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지하철 만성 적자 부르는 무임승차
16일 각 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6개 도시 지하철의 무임승차 규모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2조7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지하철 이용객이 감소한 지난해에도 무임승차 규모는 4458억원에 달했다. 6개 지하철 당기 순손실 1조8235억원의 24.4%에 해당하는 수치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유임승객은 줄어드는데 무임승객이 늘어나면 지하철 손실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무임승차는 만성적 적자구조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철 무임승차 대상은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으로 무임승차 대다수는 65세 이상이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노인 인구 비중이 더 커지면 지하철 무임승차에 따른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시의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올해 16%에서 2047년 37%로 확대되고, 2040년 이후엔 서울교통공사의 무임승차 손실이 9조~12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 재정 지원해야"
서울시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에 이 같은 지하철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해왔다. 1984년 도입된 지하철 무임승차 정책은 노인복지법 등에 따른 국가 정책인 만큼 국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각 지방 교통공사 노조도 무임승차에 대한 재정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1500명 인력 구조조정 위기를 맞은 서울교통공사의 노조는 "무임승차 등에 따른 손실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지 말고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서울교통공사의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을 정부와 서울시가 지원해야한다"는 청원이 최근 등록됐다. 이 청원은 이날 현재 5200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혜택 축소 필요" 의견도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대중교통 운영 주체인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하는 게 원칙"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수혜 대상을 65세보다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정부에 건의하는 방안을 실무차원에서 검토하기도 했다. 지하철 요금 인상보다는 상대적으로 반발하는 계층이 적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큰 데다 노인 지하철 이용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감안해 노인 무임승차 혜택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루 평균 약 83만명의 노인이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경제활동 증가, 우울증 감소, 교통사고 감소 등 연간 365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적자가 한계치에 온 만큼 노인 무임승차제도를 수술대에 올릴 때가 왔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임광균 송원대 철도경영학과 교수는 "고령화 속도에 맞춰 연금 개혁과 함께 무임승차 제도를 2,3년 단위로 주기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며 "무임승차 연령 기준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 시간대별로 무임승차를 탄력 운영하는 방안 등의 해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6개 지자체 도시철도 운영기관 노조는 17일부터 20일까지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 결과 과반이 찬성하면 파업이 가능하다. 필수유지업무 사업자인 지하철은 전체 인력의 30% 수준의 최소 인력을 유지해 운영되지만, 지하철 운영 차질에 따른 시민들이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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