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잇따라 2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무색할 정도다. 한국 기업들은 경기의 부침 속에서도 탄소중립·4차 산업혁명 등 산업 구조 전환에 대비해 반도체, 배터리, 신소재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에 앞장서왔다. 미래 성장 사업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 기업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힘이 코로나19 위기에도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3조6700억원, 영업이익 12조57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기준 역대 2분기 사상 최대 기록이다. 메모리 사업에서 특히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이 나왔다. 서버와 PC용 중심으로 수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첨단공정 비중 확대를 통한 원가 절감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역시 2분기 매출 10조3217억원, 영업이익 2조6946억원의 실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에 맞먹는 이익을 냈다. PC, 그래픽, 컨슈머용 메모리를 비롯한 서버용 메모리 수요의 회복이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LG의 전자 부문은 디스플레이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LG전자는 2분기 연결 기준으로 17조1139억원의 매출과 878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매년 적자를 이어가던 LG디스플레이 역시 701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LG가 심혈을 기울여온 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이 늘면서 전자와 디스플레이 두 계열사의 동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LG 측 설명이다.
현대차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7% 증가한 30조3261억원으로, 처음으로 분기 매출 30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9.5% 증가한 1조8860억원으로 집계됐다. 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현대차는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46.5% 늘어난 103만1349대를 판매했다. 국내에선 투싼, 아이오닉 5, 제네시스 GV70 등이 선전했지만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감소 타격으로 판매량이 11%가량 줄었다. 하지만 팰리세이드, 코나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랑(SUV)을 중심으로 한 해외 판매가 73.6% 늘면서 전체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기아는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46.1% 증가한 75만4117대를 판매했다. 2분기 매출은 18조3395억원, 영업이익은 1조4872억원을 기록해 현대차와 맞먹는 실적을 냈다.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유럽, 인도, 중남미 권역 수요 반등과 북미 시장 회복이 실적을 견인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분기 매출 10조2851억원, 영업이익 5636억원의 실적을 냈다. 2분기 기준으로 10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적 상승을 이끈 것은 1조3637억원을 거둔 전기차 관련 매출이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8% 상승했다.
LG화학 역시 매출 11조4561억원, 영업이익 2조1398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전통적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과 첨단소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견고하게 유지된 가운데, 미래 사업으로 공을 들인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성장한 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와 배터리 사업 등 비정유 부문 실적 호조 속에 2분기 매출 11조1196억원, 영업이익 5065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윤활유 사업은 전 분기 대비 894억원 증가한 22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이익을 기록했다. 배터리 사업은 2분기 매출 630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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