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개정 작업은 과목 간 여러 갈등이 발생합니다. 신중한 판단과 고민이 필요합니다.”(함영기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
과감성을 강조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신중론을 펴는 교육부의 의견은 예상대로 엇갈렸다. 지난 11일 열린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시대,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과정 개편을 촉구한다’ 토론회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2022년 교육과정 개편을 앞두고, SW·AI 교육 전문가들이 의견을 교환한 자리였다.
주요 쟁점은 ‘정보교육 시수 확대’와 ‘정보교사 양성’ 두 가지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새 학문이 있다면 그에 맞는 교사가(별도) 필요하다”고 밝힌 반면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교원을 활용하는 ‘개방적 교원 자격’ 부여가 필수”라고 말했다.
입장차가 불거진 건 예상했던 대로다. 문제는 이날 진행된 논의의 ‘내용’이다. 현장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들은 “AI가 산업 현장에서 일으키는 변화는 따라가기도 벅찰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의 대응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이날 오간 의견 대부분은 ‘시수를 늘리자’ 또는 ‘정보교사를 더 뽑자’에 그쳤다. 원론에 가까운, 일종의 ‘1단계 해법 논의’가 오간 것이다.
당국과 관계자만 탓할 일은 아니다. 정보 교육 자체가 전무했던 시기를 떠올리면 그렇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의 얘기다. 정치적 변화에 현장이 장단을 맞추느라 공교육 체계가 일거에 무너졌던 ‘암흑기’였다. 대학 컴퓨터교육과 역시 폐지와 부활을 거듭했다. 기초 수준의 정책적 논의가 이제야 시작된 배경이다.
왜 지금이 문제일까. 이날 현장에 참석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에 바뀔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2040년, 2050년에 사회로 진출한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2년 교육과정 개편은 2025년 시행되며, 이때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은 2040년 전후로 대학에 들어간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AI산업인데, 미래 정보교육의 콘텐츠나 질은 거론조차 하지 못한 채 ‘시수’라는 양만을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의견차와 갈등은 반드시 넘어야 하고, 또 넘어설 수 있는 과제다. ‘잃어버린 10년’을 어떻게 채울 것이냐가 진짜 시험대다. ‘양과 질’을 모두 충족하는 확실한 방향을 이번만큼은 잡아야 하는 이유다. 이번에도 시기를 놓치면 다음 기회는 2050년 이후에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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