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머지포인트…금융제도·감독 뒷북만 치고 있다

입력 2021-08-16 17:19   수정 2021-08-17 06:57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할인결제서비스 ‘머지포인트’의 갑작스런 판매 축소 결정에 따른 파장이 일파만파다. 피해자들이 환불을 요구하며 서비스업체 본사에서 농성에 들어갔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구제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청원도 등장했다. 피해자 집단소송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 관심은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앞으로 추가 피해 가능성은 없는지로 모아지고 있다.

누구보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주체는 서비스업체와 제휴업체다. 머지포인트는 20% 할인된 가격에 포인트(또는 상품권)를 구매해 전국 20여 개 유통·식품업체 가맹점 6만여 곳에서 쓸 수 있게 한 테크핀 서비스다. 2019년 등장 이후 단기간에 이용자 100만 명, 포인트 판매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3년 가까이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무허가 영업’을 계속했다. 제휴사인 대형 유통·식품업체들과 금융회사들은 “경쟁사들도 다 하니까”라며 적법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 ‘예고된 참사’라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도 무거운 책임을 면키 힘들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사태 발생 뒤에야 “업체가 감독대상으로 등록하지 않아 상황을 몰랐다”고 발뺌했다. 서비스가 급성장하자 관련 업계에선 “자본금 30억원짜리 회사가 1000억원 이상의 상품권을 팔면서 그 할인액을 책임지는 구조가 지속가능하겠느냐”며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가능성을 제기해 왔던 터다.

그런데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요, 알고도 방치했다면 직무유기다. 더구나 금감원은 현 정부 들어 감독대상인 금융사 점포가 줄어드는데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조직과 예산을 10% 가까이 늘렸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머지포인트 등 60여 개 업체의 선불결제금이 2조원으로 추산돼 관련 업체 파산 시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업무 관할권을 놓고 싸우는 통에 피해구제 관련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9개월째 국회서 공전 중이다.

온라인 플랫폼과 핀테크 발전으로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며 ‘감독 사각지대’가 더 늘어날 소지가 다분하다. 암호화폐, 머지포인트에 이어 또 어떤 소비자 보호 이슈가 터질지 알 수 없다. 금융당국은 사태가 터질 때마다 “몰랐다”고 변명만 늘어놔선 안 된다.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감독시스템을 시급히 정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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