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 여의도 떠나 판교로…'인재 블랙홀' 된 유니콘기업

입력 2021-08-16 17:35   수정 2021-08-24 15:23


수억원의 연봉을 받던 증권맨들이 여의도를 떠나고 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판교. 글로벌 투자은행(IB) 출신 IB맨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빨아들이는 곳은 유니콘기업들이다. 보수적인 조직을 떠나 새로운 기업문화와 스톡옵션 등이 있는 곳을 찾아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 ‘월스트리트의 시대가 가고 실리콘밸리의 시대가 왔다’면 국내에서는 ‘여의도 시대가 가고 판교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대표 유니콘기업의 요직에는 이미 외국계 IB맨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JP모간 홍콩 IB본부장 출신인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 모건스탠리 출신인 김종훈 컬리 CFO가 대표적이다. 메릴린치, 블랙스톤 등에서 부동산 투자를 담당하던 송용완 씨도 최근 컬리에 합류했다. 숙박 플랫폼 야놀자의 최찬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KTB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넷마블 CFO를 거쳐 야놀자에 입사했다.

바이오테크기업으로 향하는 증권맨도 있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이 랩지노믹스 CFO로 이동한 데 이어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니너스 CFO로 자리를 옮겼다. 바이오기업들은 이들에게 높은 연봉과 임원 자리, 스톡옵션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풍부한 유동성이 스타트업 시장으로 밀려들어오자 상장, 투자 유치, 매각 등을 위해 유니콘기업들이 자본시장 전문가를 적극 영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본시장에서 테크기업으로의 인력 이동은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다. 월스트리트 IB들이 능력 있는 뱅커를 뽑기 위해 초봉을 16만달러까지 올렸지만 인재들은 실리콘밸리 기술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을 선택하고 있다.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인력 이동을 보면 한국도 금융보다 테크 중심의 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재연/차준호/박의명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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