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치솟자 '달러 매도' 러시

입력 2021-08-16 18:10   수정 2021-08-17 00:49

국내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이 석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64억달러(약 7조4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자(원화 가치 하락) 개인과 기업이 ‘달러 매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6일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 12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총 538억9100만달러로 나타났다. 월별 잔액 기준으로 올해 정점이었던 5월 말(602억5500만달러)에 비해 10%가량인 63억6600만달러가 감소한 것이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은 올 1월 말 503억6100만달러에서 5월까지 넉 달간 월평균 24억7300만달러씩 꾸준히 증가했다. 올 들어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줄곧 이어졌고, 수출 호조로 달러 대금이 기업 계좌에 쌓인 영향, 달러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개인과 기업이 ‘달러 사자’에 나선 게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5대 은행의 달러예금은 6월 말 557억2200만달러, 7월 말 542억7000만달러 등으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5월 말 달러당 1110원90전이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 12일 1161원20전까지 오른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환율이 ‘고점’이라고 판단한 개인과 기업이 ‘팔자’에 나선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13일에는 7원80전 오른 달러당 1169원에 마감해 117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시장에선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근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국내에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달 말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에 나설 가능성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 등도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결제 등의 달러 수요가 있는 기업이나 지출 요인이 있는 개인이라면 달러를 계속 보유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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