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보증보험은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월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보험사가 대신 돌려주는 상품이다. 지난해 8월 시행된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따라 지난해 8월18일 이후 신규 등록한 임대사업자는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마다 이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올해 8월18일부터는 기존 임대사업자도 모두 가입해야 한다. 세입자의 보증금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작년 7·10 부동산 대책 때 나온 제도다. 위반하면 최고 2000만원의 벌금 또는 최장 2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단독·다중·다가구주택의 보증료율(0.146%)을 기준으로 보증금 금액별 보증료를 추산한 결과 보증금 3억원 임차주택의 연 보증료는 43만8000원으로 집주인은 월 2만7375원, 세입자는 월 9125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 2억원 임차주택의 연 보증료는 29만2000원으로 집주인의 월 부담액은 1만8250원, 세입자의 월 부담액은 6083원이다.
보험료를 집주인과 세입자가 3 대 1로 나눠서 부담하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서울보증보험(SGI)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데, 보험료는 HUG의 아파트 보증금 보험 기준으로 '전·월세 보증금의 0.099~0.438%'로 책정됐다. 계약 기간이 길어지면 보험료도 더 내야 한다. 임대사업자 신용 등급이 낮을수록, 임대주택 부채(담보대출 등) 비율이 높을수록 보험료가 올라간다.
가입 절차를 위해 준비해야하는 것도 많다. 필수 제출 서류만해도 ‘공시가격 출력물’, ‘보증채무약정서’, ‘양도각서’ 등 최소 10가지다. 많게는 20종이 넘는 경우도 있다. 이마저도 누가, 언제, 어디에서 신청하느냐에 따라 요구 서류가 다르다. 가입 완료까지도 2개월 이상이 소요돼 임대차계약 신고를 못하다 과태료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심지어 임대 보증금 보증보험을 취급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도 보험 가입을 위해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라”는 식의 조언을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HUG에서는 대출금과 임대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주택 가격을 넘으면 보증보험 가입을 거절한다. 문제는 최근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값이 폭등하면서 대출금과 임대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주택 가격을 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택가격을 시세가 아닌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전세가율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보증금만으로도 가입 거부당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특히 임대주택의 특성상 다세대·연립·오피스텔이 많은데 주택 가격 대비 전세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서울 화곡동의 다가구주택 밀집지역에 위치한 T공인 관계자는 “최근 임대보증보험 가입을 앞두고 보증금이나 월세 규모가 크지 않던 주택들도 월세 비중을 높이는 분위기”라며 “이곳 빌라에 사는 세입자들은 사정이 어려워 월세를 한푼이라도 줄이고자 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험료 부담에 월세 부담까지 지게 됐다고 푸념하더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임대사업자의 보증 가입 과정에서 부채비율 계산에 공시가격뿐 아니라 시세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가입 요건을 일부 완화했다. 보증 가입 심사에서 활용하는 주택가격 기준은 공시가격의 120~130%에서 130~150%로 높아진다. 공동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9억원 미만이면 150%를, 9억~15억원 미만은 140%를, 15억원 이상은 130%를 각각 적용한다. 보증기관이 원하면 시세나 1년 이내 매매가격으로도 보증 가입 심사를 할 수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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