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외국인 매도세에 밀리며 장중 1009까지 빠졌다.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으로 대표되는 성장주들이 줄줄이 떨어지면서 ‘패닉셀’에 가까운 흐름을 나타냈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 내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악화하면서 한국 제조업에 대한 우려가 매도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락한 코스닥
코스닥지수는 17일 2.86% 떨어진 1011.05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이날 장중 코스닥시장에서 68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도 967억원어치를 팔았다. 코스닥시장 시총 상위주는 줄줄이 급락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1.09%) 에코프로비엠(-4.34%) 엘앤에프(-9.86%) 펄어비스(-2.83%) 씨젠(-5.61%) 등 BBIG 업종이 하락세였다.유가증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은 장중 416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6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대외환경 불안에 외국인 매도세가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1176원까지 올랐다.
외국인 매도세는 성장주에 집중됐다. 미국 내 테이퍼링(유동성 축소) 우려가 커지면서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여기에 지난 연휴 발표된 미국 내 제조업 관련 지표가 좋지 못했다. 특히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가 8월 70.2로 전월(81.2)보다 11포인트(13%) 급락했다. 2011년 12월 후 최저치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 중 구매 여력을 나타내는 바잉 컨디션(구매 조건)이 특히 떨어졌다”며 “자동차, 정보기술(IT) 등 미국 내 재화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미국에 이들 재화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선행지수로 꼽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도 8월 18.3으로 전달보다 24.7포인트 급락했다.
시장의 최대 관심은 외국인 매도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다. 이날 KB증권은 외국인 매도 흐름이 9월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증권시장 내 외국인 지분율은 약 31.5%인데 2010년 이후 외국인 지분율의 바닥으로 여겨지는 31%까지는 아직 매도 여력이 5조원가량 남았다는 계산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의 주요 배경인 반도체 업황 우려와 테이퍼링 경계감을 감안하면 9월 말~10월 초 테이퍼링 이슈가 본격화할 때까지는 매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주마저 급락
이날 시장에서는 그동안 실적과 성장성을 바탕으로 국내 증시의 ‘비빌 언덕’으로 꼽혔던 2차전지주까지 밀렸다. 2차전지 밸류체인이 일제히 급락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이날 삼성SDI는 2.82%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3.42%) SK아이이테크놀로지(-2.80%) 포스코케미칼(-5.16%) SKC(-6.12%) 일진머티리얼즈(-6.69%) 천보(-7.40%) 등 2차전지주 대부분이 장비·소재 가릴 것 없이 급락했다. 이 역시 외국인 매도세 영향이었다.
시장 일각에서는 중국 배터리 생산업체인 CATL이 10조원대의 유상증자를 통해 증설에 나선다는 소식이 국내 배터리 업종에 악재가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증설 규모가 커지면 국내 업체와 장기적으로 ‘치킨 게임’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외국인의 차익 실현이 2차전지에 집중됐다는 점도 배터리주 약세를 부추겼다. 지난달 초부터 이달 13일까지 삼성SDI 17.05%, SK아이이테크놀로지 17.21%, 에코프로비엠 47.71%, 엘앤에프 41.55% 등 대부분 2차전지주가 크게 올랐다. 외국인들이 3분기 들어 크게 오른 배터리주를 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CATL의 대규모 증설로 중국 밸류체인 덩치가 커져도 최소 2025년까지 한국 배터리 밸류체인의 성장성엔 변함이 없다”며 “차익 실현에 따른 단기 조정인 만큼 떨어질 때 매수하는 것도 대응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서형교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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