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지난 7월 이후 6.01% 하락했다. 최근 들어 ‘반도체 쇼크’에 주춤했던 국내 코스피지수 하락률(4.78%)보다 낙폭이 크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브라질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겐 반짝 호재가 찾아왔다. 코로나19 사태로 바닥을 친 유가가 오름세를 보인 데다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브라질에 투자하는 국내 해외 주식형 펀드들의 3개월 수익률은 28.05%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5.66%,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7.28%를 압도했다. 한 달 수익률도 다른 대륙을 크게 앞섰다. 일각에서 원자재 랠리 덕에 브라질이 다시 각광받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관측이 나왔다.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브라질 증시 보베스파지수는 처음으로 130,000 고지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수익률을 끌어올린 원자재 가격이 다시 증시 발목을 잡았다. 브라질 시장은 원자재 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다. 철광석 석유 등 주요 원자재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증시에서 광산업체 발레SA와 정유업체 페트로브라스가 시가총액 1, 2위인 이유다.
하지만 브라질 펀드의 최근 한달 수익률은 0.47%, 3개월 수익률은 1.6%로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찾으면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MSCI 전세계지수가 1.6% 상승한 사이 서부텍사스원유(WTI)는 7.8%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금(-2.7%), 구리(-1.6%), 철광석(-16.0%) 등 급등하던 원자재 가격이 하락 전환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증시가 ‘두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브라질은 신흥국 중 최대 원자재 수출국이자 재정적자국”이라며 “향후 예상되는 원자재 가격 하향 안정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정책에 취약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짝 오름세를 보인 브라질 증시가 올 하반기 부진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달러 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 흐름 속에서 브라질 헤알화가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년 만에 최대치(9.00%)로 치솟은 것도 악재다. 민 연구원은 “브라질 중앙은행의 물가목표 범위인 2.25∼5.25%를 크게 벗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브라질 대신 인도 증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낮고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있는 인도 증시가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인도 센섹스지수는 이달 들어 5% 넘게 올랐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진정과 함께 그동안 가려진 인도 경제의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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