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밀레니얼의 선호도가 높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에 따르면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알고 있는 밀레니얼 5명 중 4명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한 것은 대형 자산운용사가 아니라 스타트업이다. 베터먼트(Betterment)와 웰스프런트(Wealthfront)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에 예치된 금액은 400억달러(약 45조원)에 달한다. 이들 스타트업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35세로 젊다.
전통 투자은행들은 위기를 느끼고 있다. 컨설팅 회사 액센츄어는 베이비붐 세대 고객이 자식들에게 자산을 상속한 뒤엔 기존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운용 자산의 3분의 1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로보어드바이저 회사 퓨처어드바이저를 인수해 관련 서비스를 시작한 배경이다. 골드만삭스도 개인용 자산관리 앱 서비스 ‘마커스 인베스트먼트’를 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자산 관리 문턱이 1000만달러로 높은데, 마커스 인베스트먼트는 가입 기준을 1000달러까지 낮췄다. 국내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인 파운트, 에임, 불릴레오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가 작년 말 기준 1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게 목표가 아니라 마음 편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김영빈 파운트 대표는 “미국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가 S&P500 수익률을 이기는 해는 많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은 세계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고, 장기투자를 통해 또 한번 리스크를 줄여 모든 고객에게 예외 없이 약속한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걸 목표로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는 “대형 증권사에 700만 개의 계좌가 있다고 가정하면 그중 PB가 관리할 수 있는 계좌는 많아야 10만 개”라며 “690만 개 계좌는 방치돼 있는데, 로보어드바이저는 고객이 자산을 필요로 하는 시기와 투자 성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어떤 지역에서 어떤 자산을 어떤 시점에 매수하고 매도할 것인지 알려주고 관리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문을 ‘자율주행’에 비유한다면 현재 두물머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1.5단계를 지나 2단계로 향하고 있다고 천 대표는 설명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 배분과 장기 투자를 통해 매년 5~8% 꾸준히 수익을 내는 걸 목표로 한다. 연금자산을 원금보장 상품에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로보어드바이저 투자를 통해 자본주의(지수)가 성장하는 만큼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안정적인 노후자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의 궁극적인 목표다.
자산 배분의 다양성을 위해 해외에 직접 ETF를 상장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도 등장했다. 파운트는 올해 10월 뉴욕증시에 메타버스, 구독경제 테마형 ETF 2종을 상장한다. AI를 통해 지수 구성 종목과 투자 비중을 결정하고, 향후 1년간의 매출 예측치를 머신러닝 기법으로 추정해 1년에 한 번 포트폴리오 종목 변경이 이뤄진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