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탈원전 감사 때리기'에 힘빠진 감사원

입력 2021-08-17 17:30   수정 2021-08-18 01:42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건수가 문재인 정부 들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 이후 정부와 여당의 ‘감사원 때리기’로 감사원의 권위와 역할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감사원의 감사 실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감사를 받은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기관 수는 2017년 613개에서 2020년 271개로 3년 만에 반 토막 이하로 급감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214개 기관이 감사를 받았다.

감사원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감사 건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나온다. 특정한 사건이나 의혹에 대해 시행하는 ‘특정 사안 감사’가 줄어들면서 전체 감사 건수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특정 사안 감사를 받은 기관은 2017년 447개에서 2020년 107개로 3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는 51개에 그쳤다. 특정 감사는 특정한 정책이나 행정 업무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면 진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치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 탈원전 감사 흔들기 이후 정부와 여당이 꺼리는 영역에 감사원이 소극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정치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결산 감사, 성과 감사는 오히려 횟수가 늘었다. 결산 감사를 받은 기관은 2017년 49개에서 2020년 54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성과 감사를 받은 기관도 63개에서 86개로 증가했다.

감사원에 근무하다가 민간에 취직한 한 관계자는 “현직 감사원 후배들을 만나면 ‘탈원전 감사 이후로 내부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여권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나서 감사원 분위기가 많이 침체돼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감사원의 권위가 흔들리면서 감사 결과를 받아들이는 정부 측 입장도 달라졌다. 지난해 감사원이 피감사기관에 요구한 133건의 징계 요구 중 실제 이행된 건수(징계이행률)는 80건(60.2%)에 그쳤다. 나머지 53건은 재심의를 요청하거나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는 81건의 징계요구 중 이행 건수가 7건(8.6%)에 그쳤다. 징계이행률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95% 이상 유지됐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조 의원은 “지난해 정권의 의지와 다른 원전 감사 결과를 낸 감사원에 대한 보복과 공세가 이어지면서 정부를 감시·견제하는 감사원의 권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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