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지난 15일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항복한 이후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프간에서 20년 전 시작된 우리의 임무는 새로운 국가 건설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테러를 막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프간 철군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취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과 합의한 내용을 물려받았다”며 “그 합의대로 올해 미군을 아프간에서 철수할지, 수천 명의 미군을 추가로 아프간에 보내 앞으로 10년 더 전쟁을 치를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할 좋은 시기가 결코 없었다는 사실을 20년 만에 어렵게 깨달았다”며 “다음 대통령에게 결정을 넘기기보다 철군으로 인한 비판을 떠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에 출마했을 때 완벽하지도 않으면서 힘들고 지저분한 아프간 군사 개입을 끝내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와 군의 무책임한 행동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은 포기하고 다른 나라로 도피했고 아프간 군은 싸우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됐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판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아프간에 1조달러 이상을 쓰며 그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도구를 제공했지만 미래를 위해 싸우겠다는 의지까진 줄 수 없었다”며 “아프간 군이 스스로 싸우려고 하지 않는 전쟁에서 미군이 싸워서도 안 되고 죽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내외 비판을 의식한 듯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앞으로도 미국이 아프간에 수십억달러를 지원하길 바랄 것”이라며 “하지만 국익에 맞지 않는 갈등 속에서 끝까지 머물며 싸운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한국인 4명은 모두 제3국으로 이동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우리 공관 보호하에 있던 국민 1명이 대사를 포함해 공관원 3명과 함께 중동 제3국행 항공기에 탑승해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송영찬 기자 surisur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