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는 태어난 지 10년밖에 안된 신생 기업이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계에 ‘100년 기업’이 수두룩한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새내기’다.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하나하나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여느 새내기 기업과는 다르다. 설립 7년 만인 2018년부터 항체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분야 세계 1위(생산량 능력 기준)에 오를 정도로 단숨에 글로벌 바이오업계가 주목하는 강자가 됐다. 치밀한 시장 분석을 통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 덕분이었다.
코로나19는 이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세에 불을 지폈다. 글로벌 제약사인 GSK와 일라이릴리로부터 각각 2억3100만달러(약 2667억원)와 1억5000만달러(약 1732억원) 규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CMO 계약을 동시에 체결한 것.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에도 뛰어들었다. 세계에서 코로나19 치료제와 mRNA 백신 CMO를 동시에 하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밖에 없다.
결과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우선 미국 바이오벤처 모더나에서 백신 원액을 바이알(주사용 유리용기)에 넣는 완제 공정을 수주했다. 여기에 mRNA 원액 생산 시설도 증설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mRNA 백신 원액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사는 화이자와 론자(모더나의 CMO 업체)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업계에선 당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mRNA CMO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게 봤다. mRNA를 보자기처럼 감싸 세포 안으로 전달해주는 ‘지질나노입자 기술’(LNP) 등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mRNA 백신은 항원(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정보를 가진 mRNA를 몸 안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mRNA 바이러스 정보 덕분에 면역체계는 코로나19 항체(항원에 대한 면역성을 지니는 물질)를 우리 몸에 미리 만들어둔다.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오면 이 항체들이 바이러스와 싸운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LNP나 mRNA 백신 제조 노하우와 경험이 없다. mRNA 백신이 작년 말 처음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 사업을 하면서 관련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 이를 통해 차근차근 mRNA 실력을 쌓아간다는 전략이다.
mRNA 원액 사업은 향후 회사 수익성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원액 생산은 완제 공정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완제 공정의 경우 1회분에 1~3달러 정도의 이익이 남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깜짝 실적을 견인한 건 두 건의 굵직한 코로나19 치료제 계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5월 GSK와 8년 동안 2억3100만달러 규모의 CMO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일라이릴리와도 1억5000만달러짜리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생산 계약을 맺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는 판매 단가와 영업이익률이 높은 제품에 속한다”며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치료제를 수주하면서 공장가동률도 대폭 상승했다. 50%였던 인천 송도 3공장 가동률은 현재 90% 안팎이 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2공장은 이미 100% 가동하고 있다. 향후 실적 전망도 밝다. 회사 측은 3분기부터 미국 모더나 CMO 매출이 인식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내년에 4공장이 완공되면 생산 규모는 62만L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2위권인 스위스 론자 및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생산량보다 두 배 이상 많아진다.
시장조사 업체인 그랜드뷰에 따르면 CDO 시장은 올해 20억달러 정도다.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제조 과정 등을 대행하는 CMO·CDO·CRO(임상시험대행기관) 시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나선 회사가 급증하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던 바이오 의약품 배양기(리액터) 세정제 국산화에 성공한 게 대표적이다.
배관 유통회사 스틸옥스의 자회사 바이옥스를 도와 제품 계획부터 공장 건설, 시제품 테스트 등을 함께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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