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연기·폭염에 잇단 결항…항공사, 최대 적은 기후변화?

입력 2021-08-18 14:56   수정 2021-08-19 01:23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미국과 유럽 항공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궂은 날씨로 항공편의 결항과 지연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미 연방항공청 자료를 인용해 좋지 않은 날씨로 취소된 미국 항공편 비율이 2004년 35%에서 2019년 54%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궂은 날씨로 인한 비행 지연이 2003년 23%에서 2019년 27%로 늘었다.

비행기 이륙을 방해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이달 시카고의 오헤어공항, 텍사스의 댈러스포트워스공항에서는 폭풍으로 300편이 넘는 항공편이 결항됐다. 미 북서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가 중부 지역까지 뒤덮으며 지난달 덴버에서는 8편의 항공편이 취소됐고, 비행 지연은 300편에 달했다.

폭염으로 발이 묶이는 경우도 있다. 날씨가 무더워지면 공기 밀도가 떨어져 비행기 추진력이 떨어진다. 올여름 초 극심한 더위를 겪은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는 비행기 이륙이 차질을 빚었다. 폴 윌리엄스 영국 레딩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항공업계는 기후변화의 악당이자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를 차지하는 항공산업이 기후변화의 주범인 동시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항공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광범위하다. 날씨 불확실성이 커지면 단기적으론 비행 스케줄 조정이 어려워진다. 나아가 항로 변경으로 연료 소비도 늘어날 수 있다. 북대서양 상공의 제트기류가 변화하면서 유럽에서 미국까지 비행 시간이 길어지고 소비하는 연료량도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상기후가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항공업계는 기상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메리칸항공은 번개 예측을 위해 힘쓰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착륙 시 폭풍으로 인해 터미널로 안내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여객기가 착륙한 뒤 자동으로 이동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데이비드 켄식 유나이티드항공 글로벌 운영총괄이사는 “기후변화로 날씨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잘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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