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와 인공지능, 두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법

입력 2021-08-19 06:00  

E(환경)·S(사회)·G(지배구조) 경영이 글로벌 자본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친환경 행보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대기오염 개선을 위한 ‘탈탄소 전략’ 은 이젠 외면할 수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줄이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설비 최적화로 배출량 자체를 줄일 수도, 제품의 소재 일부를 친환경 품목으로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을 통해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AI와 ‘탈탄소’의 새로운 동행을 소개합니다.
AI가 만드는 인공 연료…탄소 재활용한다
ENEOS는 일본의 최대 정유 업체입니다. 미국으로 치면 엑슨모빌, 우리로 친다면 GS칼텍스나 SK이노베이션 같은 회사입니다. 이들은 요즘 공통적인 고민거리에 빠져 있습니다. 바로 전통 내연기관 연료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럽연합(EU)가 2035년까지 휘발유·디젤 차량의 신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정책을 밝힌 것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기존 자동차나 항공기가 단번에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를 필두로 한 탈탄소 흐름은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에겐 실적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최근 ENEOS의 지주사 ENEOS홀딩스는 2030년까지 AI 기반 합성 연료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룹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입니다. 주요 골자는 휘발유를 대체하는 새로운 연료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석유의 주 성분은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입니다. 쉽게 말해, 수소와 CO₂를 촉매제와 함께 합성하면, 석유와 거의 유사한 성분의 연료를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ENEOS는 공장 등에서 이미 배출된 CO₂를 회수해서 합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든다는 전략입니다.
촉매제 최적화 AI로…국내는 생산 효율 ‘초점’
관건은 촉매제의 성능입니다. 연료를 만드는 화학 반응에서, 어떤 촉매제를 사용하느냐는 제품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하지만 촉매제를 만드는 재료 조합은 원자 단위로 보면 무수히 많습니다. 기존 연구에서는 이를 수작업에 의존했지만,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ENEOS는 AI 기술을 통해 이를 해결했습니다. 과거의 실험 데이터와 보고서를 AI에 학습시키고, 적합한 재료 조합을 예측하게 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막대한 수의 원자 조합을 가상 공간에서 시험하고, 최적의 값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후지야마 우이치로 ENEOS 중앙기술연구소장은 “한 번의 화학 반응으로 2할 정도의 사용 가능 연료를 얻고 있었는데, AI로 업계 최고 수준인 6할 정도의 효율을 목표로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일본 내 합성 연료 생산 비용은 1리터를 기준으로 약 700엔(7461원) 상당입니다. 제조비용의 약 90%가 수소 원료 확보에서 발생하는데, 약 150엔(1598원)인 휘발유에 비해선 아직은 고가입니다. ENEOS는 AI를 기반으로 코발트 및 기타 원소를 촉매제에 새롭게 적용시킬 계획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8할까지 합성 효율을 높여 수소 단가에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지난 2019년부터 자국의 AI 스타트업인 ‘프리퍼드 네트워크’와 이런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주로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습니다. 원유의 배합이나 유종별 특성을 분석해서 정제마진을 늘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높아지는 ESG의 파고는 이들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입니다. 향후 AI와 ‘탈탄소’의 결합 움직임이 국내서도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이시은 IT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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