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눈꽃과 입맞춤…"夏~ 달콤해"

입력 2021-08-19 17:07   수정 2021-08-20 09:43


큼직하게 썰어 낸 애플망고를 한입 가득 넣는다. 그 달콤한 풍미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우유를 곱게 갈아 만든 얼음을 더하면 코끝이 찡해진다. ‘그래, 이 맛을 보려고 한 시간 넘게 기다렸지.’ 빙수를 한 숟갈 ‘푸욱’ 떠올릴 때마다 행복감에 젖어든다. 힐링이 별건가. 고급 빙수를 즐기는 순간, 그곳은 휴양지가 된다.

지난 7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1층 ‘더 라이브러리’는 영업 시작 40분 전부터 만석이었다. 오전 11시 문을 열지만 오전 10시20분에 도착한 이들이 마지막 테이블을 꿰찼다. 그 뒤로는 5분에 2~3명씩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애플망고빙수를 맛보러 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곳 애플망고빙수는 ‘국내 고급 빙수시대’를 연 주인공으로 꼽힌다. 제주신라호텔이 2008년 선보인 3만원짜리 애플망고빙수는 2011년부터 서울신라호텔에서도 팔고 있다. 당시 밥값보다 비싼 빙수는 드물었다. 제과점이나 카페 등에선 3000~8000원대 팥빙수를 팔곤 했다. 이후 특급호텔을 중심으로 고급 빙수가 다양해졌다. 고급 빙수는 대부분 좋은 식재료를 얹고 독특한 얼음을 제조해 만든다.

올해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 가격은 6만4000원. ‘금(金)빙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은 가격이다. 그런데도 오전부터 빙수를 먹으려는 대기 행렬이 이어진다. 점심시간에 이곳을 찾으면 두 시간은 꼬박 기다려야 한다. 테이블에 앉아도 애플망고빙수가 나오기까지는 한 시간이 걸린다. 거의 모든 테이블이 애플망고빙수를 주문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300~350그릇이 팔린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꼭 한 번은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먹어봤다가 해마다 찾는 사례도 많다”고 했다.

애플망고빙수는 첫인상부터 강렬하다. 눈꽃을 겹겹이 쌓아둔 것처럼 결이 살아 있는 우유얼음 위로 제주산 애플망고가 듬뿍 올라가 있다. 1개에 2만원가량인 제주산 애플망고 1.5~2개가 빙수 한 그릇에 들어간다. ‘그래봤자 빙수’라는 생각이 사라진다. 화려한 미술품을 보는 것 같다. 사진을 찍지 않고는 못 배긴다.

어디 한번 맛볼까. 순간 입안 가득 눈꽃이 피어난다. 부드러운 얼음이 과육과 함께 어우러져 사르르 녹는다. 이래서 많은 이들이 고급 빙수의 매력에 푹 빠졌나 보다. 몇 시간을 기다려도 좋다. 이 맛, 또 보고 느끼고 싶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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