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썩는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분야 친환경 소재 육성을 위해 2조6000억원을 들여 국내에 소재공장 10곳을 짓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고부가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석유화학 사업 구조를 본격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존 공장이 들어선 대산산업단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국내 ESG 사업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2028년까지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생분해성 고분자 플라스틱 PBAT, 태양광 필름용 POE 등 총 10개 공장을 단계적으로 신설한다고 19일 발표했다. LG화학은 투자가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이날 충청남도 및 서산시와 투자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협약으로 LG화학은 기존 대산공장 부지(122만㎡) 외에 79만㎡의 신규 부지를 추가로 확보해 신규 공장 설립과 친환경 소재·공정 분야 투자에 활용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우선 2024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연내 PBAT, POE 공장 두 곳을 착공할 계획이다. 각각 연산 5만t, 10만t 규모로 4800억원이 투입된다. 썩는 플라스틱으로 불리는 PBAT는 농업용·일회용 필름 등에 쓰인다. POE는 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가진 고부가 합성수지로, 태양광 패널용 필름으로 활용되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PBAT와 POE는 2025년까지 연평균 약 30%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현재 대산에 연산 28만t 규모의 POE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증설이 완료되면 POE 생산능력은 총 38만t으로 확대된다. 이는 생산능력 기준 세계 2위 규모다. 회사는 두 공장 신설로 지금보다 연간 약 47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머지 8개 공장은 바이오 기반 원료부터 친환경 소재, 폐플라스틱 재활용, 온실가스 저감 분야 위주로 조성될 예정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사진)은 “이번 투자 협약은 지속가능 성장 전략의 일환이자 친환경 소재 비즈니스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이번 투자로 약 400명의 직접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적극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신 부회장은 “충청남도·서산시와 오랜 동반 관계를 굳건히 하고 협력 수준을 더 높여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기업과 지역이 상생할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화답했다.
이번 투자는 LG화학이 지난달 14일 ‘3대 신성장 동력 추진계획’을 발표한 후 나온 첫 작품이다. LG화학은 친환경 소재와 전지 소재, 글로벌 혁신 신약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신성장 핵심 동력으로 추진하는 2차전지 소재뿐 아니라 지금까지 핵심 수익원 역할을 해온 석유화학 사업도 친환경 소재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PBAT 등 바이오 플라스틱에 쓰이는 친환경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국내외 원료업체와 조인트벤처(JV) 설립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신 부회장은 “LG화학은 더 이상 전통 화학기업이 아니라 신성장 동력이 준비된 과학기업”이라며 “ESG를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을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