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평정심의 비밀, 뇌 속에 있다

입력 2021-08-19 18:12   수정 2021-08-20 02:13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의 구체적이고 분명한 징조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독일 서부 지역에서 일어난 대홍수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공포가 커지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처 방안’이 한 달여 앞둔 독일 총선에서 선거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조건으로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이어 지구 온난화로 인한 대홍수와 화재까지,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지내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불안과 공포가 일상이 된 상황 가운데 독일 서점가에서는 평정심 유지와 스트레스 관리를 주제로 하는 책의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뇌신경과학과 심리학 등 인지과학을 활용해 외부적인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심리적 안정을 구하는 방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8월 중순 출간과 동시에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최상위 목록에 오른 《뇌와 함께 살아가기(Leben mit Hirn)》는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서도 뇌가 차분해지고 생각이 안정될 수 있는 뇌과학의 비밀’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인 제바스티안 퍼프스 파르디골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하노버 의대에서 의학을 공부하면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의과대학 졸업 후 ‘소니뮤직’에서 디지털 비즈니스 분야를 개발하다가 글로벌 통신회사 에릭슨으로 이직해 국제팀을 이끌었고, 현재는 독일 최고의 뇌신경과학자인 게랄트 휘터 박사와 함께 최신 뇌과학 연구 결과들을 기업과 조직 문화에 이식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저자를 비롯해 독일 출신의 여러 뇌신경과학자는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며 주목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책은 뇌를 흥분시키지 않기 위해 특히 ‘멀티태스킹을 피하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다. “멀티태스킹을 할 때 이해력이 17% 감소하고 장기적으로 뇌의 일부 영역에 있는 신경 세포 수도 줄어든다”는 요크대와 런던대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위한 과도한 욕심이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삶의 질까지 저하시킨다고 경고한다.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또 다른 효과적인 방법은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게 오히려 내면의 상태를 악화시킬 거라고 생각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운전하다가 누군가 갑자기 끼어들었을 때 “바보 같은 놈”이라고 말하기보다 “거참 화나네” “짜증나게 하네”라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다.

《뇌와 함께 살아가기》는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지금과 같은 시대에 기본적인 신경생물학적 욕구를 충족시켜 행복감을 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인질 협상 전문 경찰, 매일 수천 명의 사람의 생명을 책임지는 항공관제사, 유엔의 평화유지 협상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알려진 달라이 라마 등을 만나 그들의 평정심 유지 전략을 들어본다.

극도의 긴장을 요구하는 직업이나 번잡한 일상에서 놀라울 정도로 안정감과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를 전해준다. 인지 과학의 최근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면서 미증유의 사건 사고와 예상치 못한 도전으로 가득한 삶 가운데서도 뇌 활동을 변화시켜 스트레스받지 않고 사는 방법이 있음을 확인한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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