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1개 납품업체를 상대로 경쟁 온라인몰에서 판매가격을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납품업체가 11번가 등 경쟁 온라인몰에서 같은 제품을 더 싸게 팔면 최저가 전략을 쓰는 쿠팡도 제품 가격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납품업체가 경쟁 온라인몰에서 할인 전략을 펴서 쿠팡의 마진이 줄어들면 쿠팡은 납품업체에 마진 손실분만큼 광고를 하도록 요구했다.
조홍선 공정위 유통정책관은 “LG생활건강을 포함한 납품업체들은 쿠팡의 이 같은 요구를 거의 100% 이행했다”며 “쿠팡의 요구는 경영간섭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광고를 통해 납품업체의 매출이 증가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반박했지만, 공정위의 결정을 바꾸지는 못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2018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할인쿠폰 발급 행사를 하면서 납품업체에 할인비용 전액을 부담시킨 행위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유통업체는 판매촉진 비용의 50% 이상을 납품업자에게 전가할 수 없다. 공정위는 납품업체와 ‘연간 거래 기본계약’으로 사전에 약정하지 않고 판매장려금 104억원을 받은 행위도 위법하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쿠팡은 이번 제재의 발단이 된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에 쿠팡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없다고 반발했다. LG생활건강과 갈등이 처음 발생한 2017~2018년 당시 쿠팡은 G마켓과 11번가에 뒤이은 온라인 유통업 3위 업체였고, 전체 소매시장 점유율도 2%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쿠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과거 신생 유통업자에 불과했던 쿠팡이 업계 1위 대기업(LG생활건강)에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했다.
쿠팡은 LG생활건강이 오히려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신생 유통업체인 자사를 길들이려 했다고 주장했다. 쿠팡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A유통업체에서 유통마진을 포함해 5900원에 판매하는 제품을 쿠팡엔 1만217원에 공급했다. 쿠팡 입장에선 공급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쿠팡 측은 “LG생활건강은 독점적 공급자 지위를 이용해 다른 유통업체보다 쿠팡에 높은 가격으로 오랜 기간 제품을 공급해왔다”며 “이번 사건은 신유통 채널을 견제하기 위한 대기업 제조업체의 공급가격 차별 행위가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진/노유정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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