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내부의 복잡한 기계 장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운전을 위해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기본작동에 대해 가르치기도 하지만, 교육이 컴퓨터의 폭넓은 활용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 스마트폰을 정식 교과목으로 가르치는 학교는 없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사용법을 그저 습득했다. 인공지능(AI) 세상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코딩으로 대표되는 로봇 및 AI와의 소통기술은 변화될 세상에 유일하게 필요한 기술이 아니며, 절대적으로 많이 필요한 기술도 아니다.
세계적 미래학자이자 기술 분야의 권위자인 게르트 레온하르트는 기술적인 측면에 편향되어 있는 STEM 과목의 균형 회복을 위해 CORE를 제안했다. CORE란 창의성(Creativity)과 독창성(Originality), 책임성(Responsibility), 공감(Empathy)의 머리글자를 합친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적인 특징에 초점을 맞춘 과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데이비드 코스비 카네기멜런대 교수와 공동 저자들도 《하버드 비즈니스》에 발표한 논문 ‘How to Prepare the Next Generation for Jobs in the AI Economy(2017)’를 통해 인공지능이 작업현장에서 일상적인 정보와 사람들의 육체노동을 대신함에 따라 사람 노동자를 인공지능과 구분해주는 몇몇 특성에 새롭게 초점을 맞추고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강조한 능력은 창의성과 적응성, 그리고 개인과 개인 사이의 소통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 현실에서의 교육은 생산적인 부분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각국의 교육체계는 많은 부분 과정이 설정한 장애물을 넘는 법을 가르친다. 하나의 장애물을 넘으면 또 하나의 장애물이 나타나고, 이 과정은 교육이 설정한 ‘완성품’이 될 때까지 계속 반복된다. 울프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저 부틀은 그의 책 《시장의 문제》에서 비생산적인 과정을 ‘유통적’이라고 표현한다. 경제에서 유통적인 모습은 금융 부문에서 주로 확인할 수 있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이로 인해 사회 전체 차원의 소득 분배에 영향을 주지만 사회의 총소득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교육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역대 왕조의 재임 기간을 외우는 지식의 주입 방식은 생산능력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장애물을 넘는 누군가는 승자가 되고, 또 누군가는 패자가 되지만, 학생들이 인생을 살면서 맞닥뜨릴 장애물을 넘는 데는 거의 아무런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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