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엔 입 닫고…문 대통령 '선택적 소통쇼' 논란

입력 2021-08-20 17:28   수정 2021-08-2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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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성심껏 소통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국민이 물으면 대통령이 답한다’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민청원 제도 도입 4주년을 맞아 취임 후 처음으로 직접 청원에 답변하면서 한 언급이었다. 문 대통령은 답변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청원에 “지원 대상을 현행 만 12세 이하 여성 청소년에서 만 17세 이하로 넓히겠다”고 약속했다. 난임 치료를 위한 비용 부담이 크다는 청원에는 “올 4분기부터 추가로 두 번의 시술을 더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날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언론재갈법’이라고 비판받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견을 청와대 대변인실에 물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법안을 강행 처리했기 때문이었다. 청와대는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적 노력도 필요하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국회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이 이 법안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언론 자유 위축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은 제대로 알 수 없는 답변이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자신을 향한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이기도 하다. 야당은 “여당보다 더 비겁한 것은 침묵하는 문 대통령”(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답변한 청원들은 굳이 대통령이 나서 언급할 사안이 아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지원, 난임 치료 비용 지원 등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답변해도 충분한 사안”이라며 “국가 재정으로 ‘생색’을 낼 만한 사안을 골라 답변한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이 답변한 청원들은 심지어 답변 요건인 국민 동의 20만 건을 채우지 않았는데 선정됐다. 반면 국민 동의 20만 건을 채워 나란히 답변 대기 중인 ‘시대착오적인 여성가족부는 해체해야 한다’와 ‘여가부 존치 및 강화의 청원’은 답변 대상에서 빠졌다. 여가부 존폐 문제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의 젠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나서 메시지를 던질 만한데도 굳이 외면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지속적인 입장 표명 요구에도 불구하고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친문 적자’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이 사건에 연루돼 지난달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고 수감됐는데도 문 대통령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이 물으면 대통령이 답한다’는 슬로건은 청와대와 여권에 유리할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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